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가덕도특별법)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보면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들의 당혹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법에 명시된 공항 건설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는 절차적 문제점과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형평성 논란 등 정부 부처가 지적한 문제점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여당이 ‘국책사업’으로까지 내세운 사업에 관계 부처가 이처럼 다양한 우려를 낸 것도 드문 일이다.
국토부와 법무부 등은 한목소리로 절차적 문제점을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신공항 건설은 해당 지역에 대한 정부 방침이 먼저 결정된 뒤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등을 거쳐 결정된다. 그러나 여야가 추진 중인 가덕도특별법은 이런 과정들이 생략되거나 간소화되도록 규정했다. 이미 여야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가덕도신공항 적정성 검토에 대한 연구용역 예산 20억원을 신규 편성했는데, 용역을 맡기기도 전에 가덕도로 대상지를 콕 집은 특별법부터 만들었다. 법무부는 논의 과정에서 “특별법 제정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재정법 등 기존 법규상의 절차나 그 취지가 형해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타 등의 절차 무시는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상 사업비는 7조4700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여야나 관계 부처 모두 현재로서는 사업 비용 추계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3일 “예타 없이 첫 삽을 뜨고 나서야 20조~30조원 이상 재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가서는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의 기술적 난제도 큰 난관이다. 가덕도는 수심이 깊고 연약지반 등의 문제로 건설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입지에 놓여 있다. 국토위도 “가덕도는 영종도보다 주변 수심이 깊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때보다 해안매립 비용이 과다 발생하고 공사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공항은 1990년 영종도로 입지가 확정된 뒤 1992년 착공해 2001년 개통했다.
가덕도와 마찬가지로 연약지반에 해당하는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는 연간 6㎝씩 지반 침하가 발생, 태풍 때마다 침수 문제가 불거졌다. 해마다 아스팔트 포장 등의 증축 공사를 해 왔다.
국토부와 기재부는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도 특별법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가덕도특별법 처리와 함께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을 취소할 경우 이미 김해신공항 사업 검토에 들어간 수십억원의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까지 피할 수 없다.
‘절차 패싱’을 통한 신공항 건설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장 부산에만 특별법으로 신공항을 짓는 게 특혜라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 전국 각지에서 신공항 건설 요구와 관련 공약이 쏟아질 수 있다. 법무부도 “특별법은 평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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