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국내외 재정·금융 수장들이 연이어 공세를 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투자 공개를 발화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춤을 추자 시장의 이상 과열을 우려한 정부와 금융 당국이 경고 신호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순간 기존의 금융통화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에 당국이 본격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 급등이 아닌가 싶다.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높은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비트코인 급등세와 관련해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대량 매입과 결제수단 허용 방침, 일부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매매 중개 서비스 개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워낙 가격이 급등락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망이 현재로서는 아주 힘들다”면서도 “암호자산은 태생적으로 내재 가치가 없다”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비트코인을 둘러싼 상황을 두고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을 찾아 이동하면서 최근 들어 가상자산 시장 과열에 대한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넘치는 유동성이 실물경제가 아닌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주최 행사에 나가 “비트코인이 거래 메커니즘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이 종종 불법 금융에 사용된다는 점이 걱정된다”면서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며, 그 거래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도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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