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백신 거부 땐 벌금·공공장소 출입 금지… “사회서 도태”

입력 2021-02-24 04:02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여러 국가에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차례가 됐을 때 이를 거부할 경우 356달러(약 40만원)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WSJ는 “이는 일반적인 현지 직장인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전했다.

현재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스라엘은 ‘그린 패스포트’ 제도를 활용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주요 시설에 대한 출입 권한을 다르게 설정했다. 그린 패스포트는 백신 접종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접종 확인서’로, 미소지자는 호텔과 스포츠시설 등 일부 시설에 출입하지 못한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장관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사회에서 도태되게 될 것”이라면서 백신 거부자에 대한 불이익을 경고했다.

브라질 대법원도 정부가 백신 거부자에 대한 공공장소 출입을 거부하고 이들의 공중활동을 일부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접종 거부자의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이들의 국가 간 이동을 차단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자신의 차례에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기약 없이 접종 순번을 미루는 방식을 채택했다. 오는 26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한국에선 본인 차례를 놓치면 최소 11월이 돼야 다시 접종권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신의 차례에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을 위한 여분의 백신을 따로 남겨놓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백신 거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에 대해 “사실상의 ‘접종 의무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흡연억제정책이나 마스크 착용 장려 정책 등에서 확인했듯이 정부의 강제력 행사가 오히려 대중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선 이날 의회가 백신 미접종자의 개인정보를 관계기관에 공개하는 내용의 특별 법안을 소위원회에서 처리해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의학인권 전문가 래닛 미쇼리 조지타운대 교수는 “사람들을 억지로 (접종센터에) 찾아오게 하기보다는 당국이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채찍보다는 당근을 활용한 정책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쇼리 박사는 “백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접종 신청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백신 센터에 갈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고령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세심한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고 미쇼리 박사는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