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영끌’에 가계빚 1726조 사상 최대… 작년 126조 ↑

입력 2021-02-24 04:01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17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에만 126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조치, 부동산·주식 투자 바람 등이 중첩된 결과다. 국민 1인당 3300만원가량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후유증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 연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한 것이다. 한마디로 사채(私債)를 제외한 가계의 모든 빚을 뜻한다.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 말에 비해 44조2000억원(2.6%) 늘었다. 3분기 증가액(44조6000억원)보다는 폭이 다소 줄었지만 그래도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가계빚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1년 동안의 가계부채는 전년보다 125조8000억원(7.9%) 늘었다. 연간 증가 규모로는 박근혜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며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썼던 2016년(139조4000억원) 이후 최대 빚더미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와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을 빌려 자산 투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류 속에 은행권과 제2금융권 모두에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 가계신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630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4조5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의 4분기 가계대출은 3분기 대비 28조9000억원,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은 6조6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보험·증권·카드사 등)에서 나간 가계대출 역시 8조9000억원이 늘어난 456조5000억원을 나타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뜻하는 기타대출은 지난해 말 7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7조8000억원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며, 2019년 전체 증가액(23조1000억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주택담보대출은 910조6000억원으로 1년 새 67조8000억원 증가했다.

그나마 가계신용의 나머지 한 축인 판매신용(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등으로 4분기에 전분기 대비 2000억원 줄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 나가 가계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선 상황과 관련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대출 관리 선진화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