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은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고안한 경기다. 단 하루 동안 수영·펜싱·승마·육상·사격 5종목에서 실력을 겨룬다. 한국은 근대5종 강국으로 세계랭킹 상위 랭커들을 다수 배출했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다. 한국 근대5종의 올림픽 숙원을 풀어줄 선수로 전웅태(26·광주시청)가 첫손에 꼽힌다.
전웅태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근대5종을 안 본 사람은 많지만, 한 번 보면 재밌다고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스포츠”라며 “올림픽 메달을 따면 국내에서도 근대5종의 인기가 확 살아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근대5종은 선수 한 명이 하루종일 펜싱(1분 리그전)과 수영(자유형 200m), 승마(장애물 비월 350m), 레이저런(레이저총 사격 10m 20발+육상 3200m)을 모두 치르기 때문에 고도의 체력, 집중력, 민첩성, 근력 등을 요구한다. 전웅태는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의 ‘끝판왕’ ‘만능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전웅태는 지난 2018년 한국 근대5종 사상 최초로 국제근대5종연맹(UIPM)이 선정하는 ‘올해의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당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UPIM 월드컵 3차 금메달 등을 따내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바 있다. 2019년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냈다.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는 자동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다. 전웅태는 2020년 2월에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UPIM 월드컵 1차 개인전에선 은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향한 전웅태의 발걸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됐다. 대표팀이 지난해 3월 불가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UPIM 월드컵 2~3차전 준비중 코로나19 여파로 강제 귀국 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대표팀 훈련 장소인 진천선수촌도 코로나19로 문이 닫히면서 전웅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뻔 했다. 다행히 한국근대5종연맹이 발빠르게 국군체육부대의 문을 두드린 덕분에 전웅태를 포함한 대표팀은 지난해 6월부터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웅태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늘 운이 따랐던 것 같다”면서 “고등학생 때도 연맹 덕분에 일찍 승마를 접했으며 국제대회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경기에 나가지 못한 그의 세계랭킹은 현재 5위에 머물러 있다.
그가 처음부터 근대5종 선수로 뛰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선수 생활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으로 입문했다. 그는 “수영 선수 시절 3~5등 정도의 성적으로 메달권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며 “기량이 많이 늘지 않아 수영에 좀 질렸을 때 다섯 가지 종목에 도전하는 근대5종에 끌렸다”고 말했다.
최은종 근대5종 국가대표 감독은 전웅태의 장점으로 “운동 IQ가 높고 정신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은 “전웅태는 기량도 훌륭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는 흐름을 읽어낸다”고 말했다.
전웅태가 가장 중점을 두는 종목은 펜싱이다.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36명이 리그전을 치르는 펜싱은 다른 선수들보다 1승을 더하면 수영·육상에서 6초를 당기는 효과가 있을 정도로 점수 비중이 크다. 최 감독은 “펜싱에서 7할의 승률을 가져가면 메달을 딴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전웅태는 육상·수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6할의 승률로도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승마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주최 측에서 선수들에게 말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단 20분의 적응시간을 주기 때문에 어떤 말을 타더라도 기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낙마하는 순간 0점 처리가 되면 1위였던 선수도 33위로 떨어진다. 전웅태는 “연맹에서 보유하고 있는 말 25마리를 매번 바꿔 타면서 감각을 익히고 있다”며 “빠른 시간에 말과 교감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웅태는 근대5종에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종목에서 전력으로 최고 기록을 내는 것보다 좋은 컨디션에서 평상시 기록을 내고 부담 없이 다음 종목에 임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체력 분배와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는 센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웅태의 우선 목표는 도쿄올림픽 출전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일이다. 지난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긴 했지만 한 국가에 두 명의 선수밖에 나설 수 없는 규정에 따라 ‘내부 경쟁’을 거쳐야한다. 이지훈(26·제주시청)과 정진화(32·LH)가 바로 경쟁 상대다. 이들 세 사람은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함께 딴 사이다. 하지만 올림픽은 개인전만 있기 때문에 누군가 한 명은 도쿄에 갈 수 없다.
전웅태는 도쿄올림픽을 향해 “개최된다고 생각하고 최선의 준비를 다 할 예정이다”며 “그동안 제가 모든 국제대회 메달을 땄지만, 올림픽 메달만 아직 없다. 이번에 대한민국 최초로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가자! 도쿄로]
▶⑦
▶⑧
▶⑩
▶⑪
▶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