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이어 주사기… 특수 맞은 ‘투명’ 플라스틱 제조사

입력 2021-02-23 04:06
효성화학의 의료용 고투명 플라스틱이 활용된 수액병, 주사기. 오른쪽 사진은 롯데케미칼의 의료용 고투명 플라스틱과 일반 주사기용 의료 플라스틱 비교 사진. 왼쪽이 더 선명하다. 효성·롯데케미칼 제공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세계 곳곳에서 본격화하면서 주사기에 활용되는 고투명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밀한 용액 주입이 백신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유리처럼 내부 용액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주사기가 필요해졌다.

2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의료용 고투명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과 효성화학이 코로나19 백신으로 특수를 맞았다.

전 세계 78억명 중 절반이 백신 접종 대상이라고 가정하면 최소 39억개의 주사기가 필요하다. 2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는 백신도 있는 만큼 의료용 고투명 PP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사기용 PP 시장은 1만1000t으로 추정된다. 전세계 주사기용 PP 시장은 30만t 규모다. 의료용 고투명 PP는 주사기 외에도 진단키트, 수액병, 채혈 용기 등 내부 내용물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의료용 고투명 PP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FDA의 인증을 받으면서 의료용 고투명 PP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고투명 PP 판매량은 1만1396t으로 전년 3551t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액도 약 3배 늘었다.

여수와 대산공장에서 롯데케미칼이 생산 가능한 의료용 고투명 PP는연간 22만8000t에 달한다. 통상 생산량의 40%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60%는 해외로 수출된다.
풍림파마텍이 개발한 최소주사잔량(LDS) 주사기에도 롯데케미칼의 의료용 PP가 활용됐다. 용액이 담기는 투명한 주사기 몸통과 불투명한 밀대 부분의 소재 모두 롯데케미칼에서 공급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이 국내에서도 순차 접종에 들어가면서 의료용 PP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효성화학도 주사기용 고투명 PP 수요 급증에 맞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의료용 PP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5000t 늘린 2만5000t으로 설정했다. 효성화학은 2008년 3월 31일 미국 FDA 승인을 받는 등 순도, 안전성, 내열성, 투명성 등을 인정받았다.

화학업계에는 코로나19로 마스크용 섬유, 장갑용 라텍스에 이어 새로운 특수가 찾아왔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마스크에 사용되는 필터용 PP가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의료용 PP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화학업계의 전략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권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