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대통령 재난지원금 뒤바뀐 말에 곤혹스러운 홍남기

입력 2021-02-23 04:07

여당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보편 지급’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자 기획재정부에서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여당과 맞선 채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 주장을 모처럼 관철시켜 8패 끝 첫 1승을 거둔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또다시 이전 모습처럼 한발 물러서게 될 처지에 놓여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재부에 힘을 실은 지 11일 만에 돌연 ‘보편 지급’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향후 5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라는 가이드라인 제시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기재부 소속 한 공무원은 “4차 재난지원금 규모와 지급 대상도 안 정해졌는데, 5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벌써 나오다니 일러도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당정이 이견을 좁혀나간 것도 찰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자마자 당정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홍 부총리가 한발 물러설 것이냐다. 홍 부총리는 이달 초 이낙연 대표가 ‘전 국민 지원 협의’ 방침을 밝혔을 때 곧바로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홍 부총리가 여태까지 당정 협의에서 ‘8전 8패’했지만, 드디어 값진 1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뜻을 밝힌 만큼 소신을 굽히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아직 많다. 만일 홍 부총리가 또 반발한다면 당분간 잠잠했던 여당 내 ‘홍남기 흔들기’가 다시 본격화될 수도 있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홍 부총리가 선거를 앞둔 당과 청와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