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간 ‘숙고의 시간’ 끝에 일단 22일 청와대 업무로 복귀한 것은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 수석이 온갖 논란을 일으킨 채로 나가면 문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모양새가 되고, 곧바로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신 수석의 주도권에서 문 대통령의 주도권으로 옮겨 오도록 시간을 벌기 위한 그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 참모의 진퇴는 문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며, 신 수석은 이를 따르는 참모일 뿐이라는 모양새를 연출해 대통령 리더십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 수석 입장에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사 방식을 비판하기 위한 사의가 문 대통령에게 맞서는 모양새까지 번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청와대도 그동안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은 결부시키지 말아달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검찰의 뜻이 반영된 것도 신 수석이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 수석의 ‘일임 입장’이 알려진 직후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팀 등 윤석열 검찰총장이 유임을 요구한 검찰 중간 간부들이 대부분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이 휴가 중에 검찰 인사안 조율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 관계를 강조해온 신 수석으로는 이번 인사로 최소한의 복귀 명분은 만든 셈이다. 검찰 조직과 여권의 정면 충돌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신 수석의 오랜 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여권에서는 “신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비(非)검찰 출신을 임명했던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중용한 것도 그만큼 신뢰 관계가 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인간적 관계 탓에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사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또 청와대와 여권 고위급 인사들의 지속적인 설득도 심경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신 수석 사의와 관련해 “소수의 고위급 소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신 수석이 문재인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이 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데다 신 수석이 명시적으로 사의를 철회한다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의 표명과 반려 과정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과 신 수석 모두 상처를 입었고, 민정수석실 내부갈등설까지 불거졌다. 신 수석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지만 다른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미동 없이 전방만 응시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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