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대북 원전 건설 내부 문건에 신한울 3, 4호기 재개가 담긴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에 직접 원전을 지어준다는 1, 2안은 20여년 전부터 내려온 경수로 원전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3안은 결이 좀 다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백지화 위기에 놓인 신한울 3, 4호기를 공급원으로 제시했다. 대북제제 속 현실성이 떨어지는 1, 2안과 달리 3안은 보험 차원에서 추진해도 무방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때문에 해당 문건의 실질적 목표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3안과 관련된 아이디어의 뿌리는 어디일까. 국민일보가 21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대북 에너지 협력진출과 국제적 공조 방안 연구’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 국민의정부 당시인 19년 전(2002년) 보고서지만 그동안 대외비로 분류돼 공개되지 않았다. 에너지 분야별 협력 방안을 총망라한 내용이 담겼는데 원전과 관련한 부분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당시 건설 중이던 경수로 원전과 관련해 “완공돼도 북한 전력 계통이 낙후돼 있어 북한 내 정상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전력난을 가급적 신속히 해결할 대안으로는 남한의 전력을 북한에 송전하는 사업을 제시했다. 송전선 건설 등 거액의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를 참조하면서 신한울 3, 4호기를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을 수 있다. 신한울 3, 4호기는 탈원전 정책 기조와 맞물려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문건은 신한울 3, 4호기를 통한 대북 전력 공급 시 5000억원의 사업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봤다. 바꿔 말하면 이 정도 예산이 이미 소요됐다는 것이다. 오는 27일 이전 공사계획 인가를 연장하지 않으면 이 예산이 헛된 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개연성이 있다. 정책 결정자에게 일종의 ‘어필’을 한 것이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참조하긴 하지만 특정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