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갈등으로 ‘사표 파동’을 일으킨 신현수(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신 수석이 22일 공식 사퇴하면 취임 53일 만에 물러나는 것으로, 문재인정부 최단명 수석이 된다. 극적인 복귀가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여권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등 신 수석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이 청와대로 돌아올 뜻이 없는 것으로 안다. 복귀를 위한 휴가를 낸 게 아니라 사표를 처리할 때까지 휴가원을 낸 것”이라며 “신 수석이 정치인이 아닌 이상 청와대로 복귀해봐야 할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신 수석이 할 얘기, 못 할 얘기를 너무 많이 해 놓은 것 같다”며 “돌아오는 게 우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별다르게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신 수석의 휴가를 공개하면서 복귀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과는 기류가 달라졌다. 신 수석은 22일 출근해 사의를 둘러싼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극적 봉합이 없는 이상 신 수석의 사퇴는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신 수석이 휴가원을 낸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불화설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복귀 명분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 수석은 휴가기간 지인들에게 ‘나는 동력을 상실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 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의 사의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던 박 장관은 20일 페이스북에 등산 사진을 올리고 ‘지치지 않게! 기운을 차려서’라고 썼다. 박 장관의 일방적 인사 발표로 논란이 빚어졌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는 인사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수석이 사퇴할 경우 청와대와 검찰 관계는 더이상 봉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22일로 예상되는 중간 간부들까지 여권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 등 검찰도 수사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신 수석에 대한 비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다름없는 그가 국정 혼란은 외면하고 너무 강하게 배수진을 치고 나온다며 당내에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신 수석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신 수석 사의 과정을 공개 브리핑할 만큼 성의를 다했음에도 어떤 태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는 ‘그래도 민정수석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신 수석은 문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데 지금 두 사람 사이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사퇴를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신 수석 복귀를 설득하되 상황이 어렵다면 또다시 법무부 장관에게 상처를 주느니 신 수석을 교체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검찰 개혁 명분이 청·검 관계 복원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임성수 강준구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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