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램지어 논문 검증한 미국 교수 “윤리적 수치… 철회돼야”

입력 2021-02-22 04:02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미국 동북부 한인회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검증에 참여한 알렉시스 더든(사진)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그 논문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들이 겪었을 고통을 묵살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온라인 게재한 학술저널 ‘국제법경제리뷰(IRLE)’의 요청을 받고 검증 보고서를 보낸 미국 역사학자 중 한 명이다. 일본·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로 2015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을 비판한 세계 역사학자 187명의 집단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검증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학술저널 IRLE로부터 해당 논문과 관련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응했고, (검증 보고서를) 제출했다. IRLE의 편집자들도 내 글을 받았다고 답신했다. 나는 정확히 IRLE가 요구한 것을 그대로 따랐다. 나는 논문을 철회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동료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도 IRLE의 요청을 받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토한 뒤 보다 엄격한 조사를 해 결과에 따라 논문을 철회시킬 것을 촉구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증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위안부들이 겪었을 고통을 쉽게 묵살한 것을 깨닫고 ‘진정으로 끔찍한 충격(truly a horrible shock)’을 받았다. 생존자들이 살아 있는 한 램지어가 논문에서 빼버린 역사적 내용들은 버려질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 발생했던 국가 주도의 잔혹행위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비슷한 폭력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고, 현재의 목적에서 역사를 무기화화며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점은 어떤 것인가.

“외견상으로는 이성적으로 보이는 경제적 이론의 장막 뒤에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램지어의 논문이 ‘네이처’(기초과학 학술지)에 실린다면 그 논문은 모방·복사할 수 없는 실험 방법으로 연구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학문적 자유를 주장하는데.

“학문적 자유는 헌법이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학문적 거짓말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논문이 철회되더라도 학술저널의 홈페이지에 계속 게재돼 있어 위안부 생존자들과 역사에 이미 큰 피해를 끼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