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왜 공급난 해소 안 나서나… 차량용 반도체 수익 낮고 물량도 적어

입력 2021-02-22 04:06
로이터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체들의 ‘반도체 러브콜’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자동차보다 IT업체에 더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왕메이화 경제부장은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한 서한을 받았으며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드, GM 등 미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가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미 정부가 나서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만 역시 정부 차원에서 ‘화답’했지만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반도체 부족의 본질적인 원인 중 하나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파운드리 업체의 생산은 더 늘릴 수 없을 정도로 꽉 차 있다. 게다가 지난해 미 정부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공급 상황은 더 빡빡해졌다.

자동차 업체의 바람은 TSMC가 기존 주문을 취소하고 차량용 반도체를 먼저 만드는 것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애플, 퀄컴 등 빅테크 기업이 주문한 반도체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으로 만드는 칩셋은 만들기 어려운 만큼 이익도 크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는 29~40나노 안팎의 공정으로 부가가치가 낮다. 현재 공급 부족의 중심에 있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도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선 고부가가치 상품이 아니다. TSMC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3%에 불과하다.

한번 공급계약을 하면 5~10년 이상 공급해야 한다는 것도 반도체 업계 입장에선 부담이다.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라면 장기계약이 반가운 일이지만 최근 상황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낼 기회를 포기하고 자동차 업체에 오랜 기간 묶이는 선택을 할 업체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요구사항이 많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면서 “10년가량 생산라인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별로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동차 업체들이 IT업체보다 많은 반도체 물량을 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최대 구매 업체는 애플로 전체 반도체 매출의 11.9%를 차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8.1%)였다. 상위 10개 IT업체가 전 세계 반도체의 42%를 사들였다. 반면 자동차 업계 전체의 비중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컨설팅업체 맥킨지 온드레이 버카치 파트너는 “자동차 업계는 모든 공급망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엔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