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20여년간 맡아 왔던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룹 회장직을 아들 정의선 회장에게 넘겨준데 이어 경영체제 전환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다음 달 24일 열릴 예정인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되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고, 현대차 미등기 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만 유지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정의선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까지 내려놨다. 재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이미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해 순항 중이어서 경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정 명예회장의 사임에 따라 고영석 연구개발(R&D) 기획운영실장(상무)을 새로운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가 상무급 임원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처럼 직급보다는 전문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엔 대장 게실염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자택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