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하고 고막 나간 선수도 있었다.”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박철우(36)가 작심하고 KB손해보험 이상열(56) 감독의 과거 폭력 행위를 폭로했다. 박철우는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5라운드 OK금융그룹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 1 승리를 이끈 뒤 “이 감독 인터뷰 기사를 보고 종일 손이 떨렸다. KB손보 감독이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고,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철우는 이날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말 ‘피꺼솟’이네…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게시물을 남겨 관심을 모았다. 이 감독이 전날 우리카드와의 경기 시작 전 최근 배구계 학폭 논란에 대해 한 발언에 분노를 느껴서다.
이 감독은 해당 인터뷰에서 “저는 (폭력) 경험자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 중”이라며 경험을 풀어놨다. 최근 불거진 배구계 학교폭력(학폭) 논란과 관련해선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며 “인과응보가 있더라”고 말한 바 있다.
박철우는 지난 2009년 이 감독이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로 재직할 당시 태릉선수촌 체육관에서 이 감독에게 구타를 당했다. 이에 박철우는 왼쪽 뺨에 멍이 들고 복부에 상처가 난 상태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 감독은 대한체육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배구 코트에 돌아왔고, 대학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역할을 수행하다 지난해부터 KB손보 감독을 맡고 있다
박철우 게시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이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철우에게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감독은 “후배들에게 폭력은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한 말이지 박철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며 “당시 사건은 100% 제 잘못이었고 평생 (죄를) 안고 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가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과거 발언한 데 대해선 “2009년 징계를 받은 뒤 박철우 선수에게 전화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선수가 너그럽게 아량을 베풀어 준다면 더 열심히 배구계를 위해서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 박철우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 지도하던 선수들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라고, 국가대표팀에서 (내가) 맞은 걸 두고는 ‘몇 대 맞았다고 나가냐’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이 감독에게 맞아서 기절하고 고막 나간 선수도 있다. 다 내 친구고 동기”라고 폭로했다. 이어 “그 일이 있었을 때 고소를 취하했다. 이 감독이 반성하길 기대했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며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쁘게 비치는 게 싫지만 (폭력 문제를) 정면 돌파해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