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정책도 소득양극화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태풍에 지난해 4분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근로소득이 대폭 감소하면서 고소득층과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재난지원금이 격차 확대를 그나마 줄여주긴 했지만, 돌려 말하면 저소득층이 사실상 정부 돈에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한 단면을 보여준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가구(2인 이상·농림어가 제외)의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1년 전 4분기보다 1.8% 증가했다. 가계소득을 떠받친 것은 공적연금·기초연금 등 이전소득이었다.
가구당 월평균 이전소득은 63만6000원으로 25.1% 늘었다. 4분기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정부 지원금 등의 공적이전소득(41만7000원)은 22.7%,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22만원)은 30.0% 증가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사회수혜금으로 공적이전소득이 늘었고, 추석 연휴 용돈 등 가구 간 이전소득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추석이 지난해의 경우 10월로 4분기에 해당됐고 2019년에는 9월(3분기)이어서 전년 동기 대비로 사적이전소득이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전소득을 소득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73만7000원) 가구는 16.5% 증가했고, 상위 20%인 5분위(54만3000원) 가구도 36.3% 늘었다. 통계청은 5분위 가구의 이전소득 증가는 사적이전소득이 27만4000원(73.7%)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봤다. 공적이전소득만 떼어놓고 보면 1분위 가구는 54만3000원으로 17.1% 늘었고, 5분위 가구도 26만9000원으로 11.7%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자금 지원이 빈부 격차를 좁히기에는 힘이 달렸다. 직접 일해 번 돈인 근로소득에서 고소득층은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에서는 감소 폭이 컸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59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나 줄었지만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721만4000원으로 1.8% 늘었다. 하위 20%는 코로나19에 따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반면, 상위 20%는 안정성이 높은 업종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금이 중단될 경우, 자생력이 약한 하위 계층은 경제 한파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소비 지출은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1% 감소했다. 비소비지출도 0.3% 감소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2.3%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26만9000원으로 8.2%, 흑자율은 30.4%로 1.7% 포인트 상승했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인 것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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