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파동’을 일으킨 신현수(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이틀간 휴가를 내고 청와대 복귀 여부에 대한 ‘최후의 숙고’에 들어갔다. 신 수석은 주말을 보낸 뒤 22일 복귀해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문제와 관련해 여권 내에서 유일하게 ‘레드팀’(Red Team·조직 의사결정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맡아온 신 수석의 복귀 여부는 1년여 남은 문재인정부의 국정 기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기자들을 만나 “신 수석이 오늘 아침 출근해 이틀 동안 휴가원을 냈다. 휴가원은 처리됐다”며 “이틀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월요일(22일)에 출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은 지난주 사의 표명 이후에도 정상 출근했으나 사의 내용이 공식화되자 휴가를 내고 고심에 들어간 것이다.
신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차례 반려에도 여전히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로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간담회를 하는데 이 자리에서 이번 파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신 수석의 휴가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청와대가 신 수석의 거듭된 사의와 반려 과정을 공개하고 휴가까지 알린 것은 사퇴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신호라는 해석이 일단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막판 변화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선 신 수석의 사의가 확고하고 문 대통령도 더 만류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청와대는 복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휴가를 허락한 것도 사의 반려 의지를 다시 한번 공개하면서 복귀 명분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의 핵심 인사도 “신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다.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청와대가 신 수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사실상 박범계 장관의 인사 방식을 비판하는 브리핑까지 한 만큼 신 수석이 결국 청와대 잔류로 선회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신 수석의 복귀 여부는 임기가 1년여 남은 문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신 수석이 임기를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할 경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권과 검찰의 갈등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을 추진하며 검찰 통제를 노리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 등 정권 관련 수사에 사활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
신 수석이 마음을 바꿔 청와대에 남는다 해도 박범계 장관 등 여권 인사들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신 수석이 여권과 검찰의 관계 조율에 적극 나서면서 ‘검찰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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