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왕위 계승식이었다.”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가 18일 서리나 윌리엄스(11위·미국)와의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8000만 호주달러·약 686억원) 준결승에서 2대 0(6-3 6-4)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대진표 반대편 선수들이 오사카나 윌리엄스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져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린 이날 경기에서 오사카는 ‘왕년의 여제’ 윌리엄스의 강점인 힘에서도 밀리지 않고 승리하며 여자 테니스의 왕좌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사카는 최근 5번의 메이저대회에서 3회나 우승(2019 호주오픈, 2018·2020 US오픈)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오사카는 가르비녜 무구루사(14위·스페인)와의 16강전에서만 한 세트를 허용했을 뿐 그 외 모든 경기를 무실세트로 승리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이날 경기까지 메이저대회 13연승 째를 거둔 오사카는 이제 이 대회 2년 만의 우승과 통산 4번째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오사카는 경기 뒤 “윌리엄스의 플레이를 볼 때 난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녀와 경기를 갖는 건 항상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단지 안 좋게 대회를 마치기 싫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반면 윌리엄스는 8강에서 시모나 할레프(2위·루마니아)를 누르고 40세의 나이에 자신의 40번째 메이저대회 4강 진출 기록을 썼지만, 이전까지 상대전적 1승 2패로 밀렸던 오사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남녀단식 최다 우승(24회) 타이기록 달성과 2017년 출산 뒤 메이저대회 첫 우승도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그런데 윌리엄스가 경기 뒤 코트에서 퇴장하면서 손을 가슴에 올리는 제스처를 취해 호주 관중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윌리엄스는 “만약 그게 작별인사라고 해도, 아무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그리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윌리엄스는 실책이 왜 많았는지 묻는 질문에 울면서 “모르겠다. 여기까지다”라고 말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갔다. 이후 윌리엄스는 인스타그램에 “호주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호주 팬 모두에게 빚을 졌으며, 그들 모두를 깊이 사랑한다”고 적었다.
반대편 대진에선 제니퍼 브레이디(24위·미국)가 카롤리나 무호바(27위·체코)를 2대 1(6-4 3-6 6-4)로 누르고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브레이디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1회 우승 경력 밖에 없고, 지난해 US오픈 준결승 진출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준결승 상대가 오사카였다. 오사카는 브레이디를 잡고 결승에 올라 자신의 메이저대회 3번째 우승을 차지했었다. 다시 맞붙는 두 선수의 결승전은 20일 열린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아슬란 카라체프(114위·러시아)의 돌풍을 잠재우고 결승에 올랐다. 1번 시드 조코비치는 예선을 거쳐 올라온 카라체프에 1시간 53분만에 3대 0(6-3 6-4 6-2)으로 완승했다. 조코비치가 1승만 더 거두면 호주오픈 남자 단식 3연패를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호주오픈 남자 단식 통산 8회인 자신의 최다 우승 기록을 9회로 늘리게 된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인 카라체프는 예선 통과 선수로 21년만에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4강 진출, 44년 만에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 진출 등 숱한 기록을 남기고 퇴장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