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집콕, 답답하죠… 떠나봐요, 안심 명소로

입력 2021-02-17 20:46 수정 2021-02-17 20:47
설 연휴가 지난 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수도권)~1.5단계(비수도권)로 낮춰졌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에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이럴 때 이용자 간 접촉 가능성이 낮아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한국관광공사 선정 ‘비대면 안심관광지’를 찾아 달래보자. 25곳 가운데 7곳을 발췌해 소개한다.

순백의 오지, 영양 죽파리자작나무숲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낮춰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에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용자 간 접촉 가능성이 낮은 비대면 안심관광지를 찾아 장기간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사진은 경북 영양 죽파리자작나무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적하고 오붓한 여행이 대세인 요즘 오지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오지로 꼽히는 경북 영양에서도 첩첩산중에 자리한 수비면 죽파리는 최고의 오지마을이다. 이곳에 때 묻지 않은 명품 숲이 숨어 있다. 산림청이 1993년부터 죽파리 검마산 일대에 조성하기 시작한 자작나무숲은 축구장 40개에 해당하는 30.6㏊에 수령 30년생 자작나무 약 12만 그루가 자라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보다 3배나 크다고 한다.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순백의 나무들이 가득하다. 아름답고 신비한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청량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오지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함이 찾아들고,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번진다.

바다 옆 해송숲, 장항송림산림욕장

충남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산림욕을 즐기며 청정한 자연을 만끽하고, 한적한 어촌 풍경과 어우러진 재생 공간에서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충남 서천의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장항도시탐험역이다. 푸른 솔숲과 겨울 바다, 청정한 갯벌이 어우러진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찬찬히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해변을 따라 1.8㎞ 길이로 이어진 곰솔(해송) 숲이 청정한 공기를 뿜어낸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숲과 마주한 바다 풍경을 즐기기에도 좋다. 장항송림산림욕장 북쪽 끝에 자리한 15m 높이의 장항스카이워크는 일몰 감상지로 유명하다. 인근 장항도시탐험역은 폐역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산수화 물길 따라 월류봉 둘레길

충북 영동 월류봉.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자리한 월류봉은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란 뜻으로, 예부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으로 산수화처럼 펼쳐진 봉우리와 금강 상류인 초강천이 만나 절경을 이룬다. 월류봉 주변에는 물 맑은 하천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돼 있는데 길이 완만하고 다양한 풍경을 지녀 사시사철 걷기 좋다. 월류봉 둘레길은 월류봉광장과 반야사를 잇는 8.4㎞ 산책길이다. 월류봉의 수려한 경치에서 시작해 금강의 줄기인 석천을 따라 무릉도원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뱀사골계곡 끝 지리산 와운마을

전남 남원 와운마을 천년송.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리산 계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는 뱀사골계곡에 작고 평온한 와운마을이 자리한다. 해발 800m에 자리한 골짜기 마을은 지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 3㎞ 거리를 지나야 들어설 수 있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산세를 만나기 위한 탐방객들은 걸음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천년 수령을 자랑하는 와운마을의 천년송은 여러 갈래의 줄기로 갈라져 마치 부채를 펼친 모습처럼 자라는 반송 품종이다.

눈부신 낙조, 수월봉

제주도 한경면 수월봉. 한국관광공사 제공

수월봉은 제주도 서남쪽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작은 오름이다. 약 1만8000년 전 땅 속에 있던 마그마가 위로 솟아오르면서 물을 만나 강하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쌓여 생겼다. 해발 77m로 야트막하지만 해안가에 위치한데다 주변에 높은 곳이 없어 시야가 사방으로 탁 트였다. 수월봉은 제주 올레 12코스의 한 지점이자 제주도 지질공원에 속한다. 땅의 역사와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화산쇄설암층의 신비로운 무늬를 감상하며 바닷길을 걷고, 암벽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낙조 명소다.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차귀도 낙조는 일품이다. 켜켜이 쌓아 올린 것처럼 신비로운 줄무늬를 가진 해안 절벽은 물론 바다마저 붉게 물들인다.

동백의 꽃불, 천관산 동백 생태숲

전남 장흥 천관산 동백생태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장흥의 겨울은 푸른 바다와 붉은 동백꽃의 대비가 아름답다. 천관산 동백 생태숲은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군락지다. 수령 50년~200년가량의 동백나무 2만여 그루가 자생적으로 군락을 형성하는데 그 면적이 20㏊에 달한다.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동백 숲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동백정이다. 한겨울에도 짙은 초록을 띠는 동백나무는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싱그럽다. 초록 잎사귀 사이사이에 붉은 얼굴을 내민 동백꽃들은 마치 푸른 융단 위에 붉은 꽃잎을 던져 놓은 모습이다. 토종 동백나무는 1월에서 4월 사이에 꽃을 피우는데 꽃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는 3월이다.

다도해의 쥐라기나라, 고성 상족암

경남 고성 상족암.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고성 상족암(床足巖)은 파도에 깎여 구멍 뚫린 절벽이 거대한 밥상다리를 닮았다. 수억년의 세월이 빚은 경남 고성의 상족암 동굴은 인생 사진 성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바다가 드나들며 층층이 깎은 동굴 모양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고 쪽빛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된다. 멋진 다도해 풍경으로 노을이 지는 시간이나 별이 쏟아지는 밤이면 더욱 특별하다. 상족암 탐방은 물때를 잘 확인해야 한다.

원래 상족암 하면 ‘공룡 발자국’이었다. 상족암 동굴 앞으로 평평한 바위가 바다까지 까마득히 이어지는데, 자세히 보면 움푹 파여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다. 이것이 공룡 발자국이라고 밝혀진 것은 1982년. 당시 무려 2000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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