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의 女스포츠경기 출전, 과연 공정한가

입력 2021-02-19 03:02
뉴질랜드의 가빈(로렐) 허바드가 2018년 4월 9일 호주 카라라 스포츠 레저센터에서 열린 '2018 커먼웰스게임' 역도 경기에서 여자 +90㎏급 결승전에 참가해 역기를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이 발의 준비 중인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은 제25조에서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체육 공급·이용에서의 배제·제한을 금지한다. 제8조에선 평등법에 반하는 기존의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와 정책을 고치되 사전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규정한다. 평등법이 제정되면 이들 조항에 따라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여성스포츠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로 여성 선수들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국가인권위는 이것이 여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주장을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5년부터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 선수가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여성 경기에 출전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10n㏖/ℓ(리터당 10나노몰)로 제한하고 있어 경기 결과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앨리슨 헤더 생리학 교수 등이 공동 연구해 2019년 발표한 논문 ‘엘리트 스포츠에서의 성전환자 여성: 과학적·윤리적 고찰’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이런 인권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 논문은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 운동선수가 호르몬 치료를 받더라도 여성 선수들과 비교해 용인될 수 없는 이점이 있으므로 경기 결과의 불공정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 그 근거로는 다음과 같은 과학적 사실을 제시했다.

첫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형성, 골격 구조, 심혈관과 호흡기 체계 등 신체적 요소에 이바지한다. 특히 스포츠 경기 결과와 직결된 근력, 속도, 호흡능력과 관련해 테스토스테론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근육 형성과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골격 구조와 강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심혈관과 호흡기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남성은 활동 중인 골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있어 더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폐활량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반면, 중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운동경기에서 여성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춘기에 에스트로겐에 의해 여성의 골반이 형성되는데, 남성보다 더 넓은 골반 구조는 엉덩이 넓적다리관절에 현격한 차이를 만든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각도의 차이는 관절의 회전과 근육의 이완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성들의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는 골격 구조를 변화시키고 지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속도 근력 호흡이 중요한 운동경기에서 여성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에스트로겐과 달리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운동경기 능력 발달과 관련된 생리학적 요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스포츠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이 대부분 남성에 의해 세워지는 것도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그런데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 선수가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 고환을 유지한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6~10n㏖/ℓ 정도다. IOC는 이를 고려해 테스토스테론 농도 제한 기준을 10n㏖/ℓ로 설정했지만, 이는 건강하고 폐경 전인 여성 운동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최대 수치인 1.7n㏖/ℓ에 다섯 배가 넘는 수치다.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 선수가 운동경기의 모든 측면에서 여성 선수들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특권을 누리게 된다는 의미다.

둘째, IOC는 성전환자 선수가 여성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간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10n㏖/ℓ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전환 이전에 오랜 기간에 걸쳐 받은 테스토스테론의 생리적 영향과 Y염색체에 의해 유전적으로 결정된 남성의 신체 구조가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으므로 여전히 불공정성 문제가 있다. 논문은 건강한 젊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IOC 기준보다 더 낮은 8.8n㏖/ℓ로 감소해도 근육과 근력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 지속적 운동과 다른 방법을 통해 이미 형성된 근력의 유지가 가능하며 테스토스테론 제한에도 불구하고 골격 구조, 폐활량, 심장의 크기는 변하지 않고 이전과 같다는 것이다. 사춘기 이후에 성전환한 경우에는 관절, 최대 산소 흡수량 등 남성으로서 타고난 신체적 유리함은 그대로 유지된다. 결론적으로 IOC의 높은 남성호르몬 제한 기준과 성전환 이전에 갖고 있던 남성으로서의 생리학적 특성으로 인해 성전환자 선수가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여성 선수들보다 월등히 유리하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뉴질랜드의 남자 역도선수였던 가빈 허바드는 2012년 성전환자가 돼 여자 역도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이후 총 6차례나 국제여자역도경기에서 우승했다. 이 사건은 뉴질랜드에서 성전환자 선수의 여성 스포츠 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성과 역차별 논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이의 기대와 달리 평등법이 가져올 미래는 불공정함에 대해 더는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전윤성 미국 변호사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 정책 연구소 연구실장)

[차별금지법.평등법 실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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