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담임목사가 미국으로 부흥집회를 가셨을 때 신학대 총장이 보름간 요한복음 강해를 하셨다. 하나님이 천하보다 나를 사랑하시는 것을 깊이 느꼈고 예배 시간이면 가슴이 견딜 수 없이 뜨거워졌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예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중얼거렸다.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이 가슴을 달궜고 3개월 동안 식지 않고 연단되는 것 같았다.
교회에서 다른 목회자의 부흥회가 열렸다. 그분도 요한복음을 통해 하나님 사랑과 십자가의 긍휼, 부활의 소망을 전했다. 그 기간 교회에 회개의 역사가 일어났다. 나 역시 회개하며 말로 형용하지 못할 큰 은혜를 받았다. 내가 느끼기에도 거듭난 사람으로 새로워지고 있었다. 표정이 이전보다 환해졌다.
새벽 예배도 드렸다. 300여명이 모이는 교회였지만, 새벽 예배에는 늘 서너 명의 성도만 참석했다. 은혜를 받다 보니 불같이 기도했다. 보수적 교회여서 한 성도가 조용히 기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기도하다 보면 절제가 안 됐다. 그분이 다시 조용히 기도해달라고 말하자 예레미야 33장 3절 말씀을 언급하며 “부르짖어 기도하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며칠 지나니 옆자리 사람들도 똑같이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새벽 예배에 오는 성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자 예배당이 꽉 차 있는 게 아닌가. 기도 부흥이 일어난 것이다. 이듬해에는 본당에서 새벽 예배를 드릴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무렵 나는 둘째 자녀를 허락해 달라는 기도를 2년간 드리고 있었다. 기도하던 어느 날 얼굴이 하얀 아이와 얼굴에 깊은 수심이 있는 어머니가 금요철야예배에 참석했다. 아이는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는 간절한 마음에 아이를 안고 교회 앞자리로 데려왔다.
모녀를 보자 둘째 자녀를 허락해 달라는 기도보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위한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사람의 힘으로 능으로도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잖아요. 치료해 주세요.”
아이를 위해 3개월 동안 기도한 시점에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 하나님께서 치료하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믿지 못해 아이의 어머니에게 바로 얘기하지 못했다. 마음에 응답이 계속 와서 어머니에게 “하나님께서 수연이 치료해 주셨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나를 보고 이상한 사람을 본 듯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괜한 말을 했나. 나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교회에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얼마 뒤 교회에 나온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에 봤던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었고 살이 붙어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럼 그렇지. 하나님께서 치료해 주신다고 했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면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처럼 회복되는 체험을 하면서도 두려움이 있었다. “하나님, 오로지 하나님께서 하신 겁니다. 부족한 저를 통해 기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만하지 않게 해주세요.” 교만이라는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다.
기도의 응답으로 1987년 7월 병원에서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준비도 계획도 없던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생명 사역은 둘째 아들의 출산으로 시작됐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