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A씨는 부모로부터 70억원대 주식을 증여받으며 젊은 나이에 대표직에 올랐다. A씨는 직원 명의로 유령 업체를 세워 허위 광고비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세금계산서를 받아내고,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회삿돈을 유출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서울에 70억원대 주택을 취득했다. 상가건물과 골프회원권 등도 사들였고, 총 9억원 상당의 슈퍼카 2대를 굴리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이런 돈은 모두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국세청은 A씨의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해 법인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17일 사주 일가의 편법증여 등으로 재산을 불린 젊은 자산가, 이른바 ‘영앤리치(Young&Rich)’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6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대상 20, 30대 영앤리치 16명의 평균 재산가액은 186억원이었다. 주요 자산별 평균 재산가액은 레지던스(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 42억원, 꼬마빌딩 137억원, 회원권 14억원 등이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꼬마빌딩이다. 꼬마빌딩은 100~3000㎡, 시가 30억~300억원 규모의 근린생활·판매·업무 시설을 말한다. 시설주택 거래·보유세 강화로 최근 레지던스와 꼬마빌딩에 자산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와 자녀가 꼬마빌딩을 공동으로 취득한 뒤 리모델링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는 편법증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과세 당국은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과 증시 열기를 틈탄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불법 대부업자, 건강 불안심리를 악용해 폭리를 취한 의료기·건강식품 업체, 고수익을 미끼로 영업하는 유사투자자문 업체 등 23명이다.
국세청 노정석 조사국장은 “영앤리치와 부모 등 가족의 자금 흐름, 사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 등을 폭넓게 분석해 탈루 혐의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