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게임사, 체질 개선해야 ‘공룡 멸종’ 피한다

입력 2021-02-19 08:02
국내 게임사들이 지난해 잇달아 실적 신기록을 세우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 소재 게임업체 ‘넥슨’ 본사 전경. 넥슨 제공

지난해 ‘언택트’ 호재를 등에 업고 실적 신기록을 세운 국내 유수의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직원 급여를 큰 폭으로 인상하며 ‘인재 잡기’에 나섰다. ‘어린 아이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게임 산업에 대한 사회의 전향적 시선이 기대된다. 다만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이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 진취적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국내 ‘BIG3’로 불리는 게임사의 연봉 인상이 이달 들어 새삼 화제가 됐다. 신호탄을 쏜 건 넥슨이다. 넥슨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전직원 연봉을 일괄 800만원 인상했다. 전사 평균 인상률은 전년 대비 배 가까이 증가한 13%다. 또한 2018년 이후 중단된 신입 및 경력직 공채를 올해 재개하기로 하고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젊은 인재들을 불러 모을 채비를 마쳤다.


넷마블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오후 사내공지를 통해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 인상한다고 알렸다. 초임 연봉도 대폭 인상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도 회사 성장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과 우수 인재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도 ‘키맞추기’가 유력한 상황이다. 엔씨는 3~4월 중 연봉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그간 통큰 상여금 지급으로 선도적인 ‘직원 챙기기’를 지향했던 터라 앞선 두 게임사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연봉이 책정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의 현 개발직군 초봉은 4000만원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파격적인 연봉 인상은 지난해 게임사들의 실적 신기록 행진과 무관하지 않다. 넥슨은 지난해 첫 매출 ‘3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국내 게임사 중 ‘대장’임을 재차 확인했다. 넥슨의 영업이익률은 38%에 달해 통상 10% 미만인 제조업 대비 매우 높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연간 매출을 전년 대비 무려 42%를 끌어올렸다. 넷마블의 경우 영업이익이 34% 이상 성장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실적 신기록 행진 가운데 국산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상당수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비즈니스 모델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일정 금액 등을 투입했을 때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되는 형태를 가리킨다.

정부와 국회에선 논란을 빚는 확률형 아이템을 법제화해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다. 이와 달리 크래프톤, 펄어비스와 같이 PC·콘솔 게임을 개발해 북미, 유럽 게임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는 게임사들이 있다. 두 게임사는 국내 대형 게임사에 한참 못 미치는 자산 규모에도 꾸준히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국내 게임사가 양적 성장은 했지만 자체 역량으로 일궈냈다기보다 코로나19라는 외적 영향이 컸다”면서 “같은 IP 우려먹기와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