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좌완 베테랑 유희관(35·사진)이 1년 계약으로 잔류했다. 지지부진했던 자유계약(FA) 협상을 연봉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센티브로 합의했다. 먼저 FA 계약을 끝낸 LG 트윈스 베테랑 투수 차우찬(34)에 이어 성적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는 형태다. 그동안 몸값 거품 논란이 많았던 FA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두산은 16일 “유희관과 1년간 연봉 3억원, 인센티브 7억원을 합산한 총액 10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연봉은 지난해 4억7000만원에서 64%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일정한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거액의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인센티브 지급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동기를 부여할 수준의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유희관과 두산 사이에서 합의된 계약은 몸값보다 인센티브로 비중이 쏠렸다. 앞서 지난 3일 2년간 연봉 6억원에 인센티브 14억원으로 FA 계약을 완료한 차우찬처럼 구단과 합의한 목표에 이르지 못하면 수령액은 줄어들게 된다. 연봉으로 몸값을 책정한 뒤 인센티브로 선수와 구단 간 이견을 좁혔던 그동안의 FA 계약과는 다른 유형의 선례를 남긴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수익 악화의 변수가 있었지만, 앞으로 FA 계약에서 인센티브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희관은 2009년 두산에 입단해 이적 없이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266경기에서 97승 62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한 선발 자원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에이징 커브’(연령 상승에 따른 기량 하락)가 나타났다. 앞서 선발 등판한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지난해에는 5이닝도 가까스로 채웠다. 매년 5할을 넘었던 승률은 처음으로 0.476(10승 11패)으로 떨어졌다. 평균자책점은 통산 기록보다 많은 5.02점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유희관은 선발 자격마저 위협을 받았다.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 ⅓이닝 동안 3피안타를 허용해 조기 강판됐고,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유희관의 길었던 FA 협상 배경을 지난해의 부진에서 찾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선수 16명 중 15번째로 계약했다.
유희관은 계약을 마친 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홀가분한 마음”이라며 “스프링캠프에 늦게 합류한 만큼 더 집중해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산의 경기도 이천 스프링캠프로 합류해 훈련을 시작했다.
남은 FA는 이제 두산 투수 이용찬(32)뿐이다. 팔꿈치 부상을 당한 이용찬은 새 시즌 개막 이후인 5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 모두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