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대기업에서 일하는 A씨(43)는 지난 연말 난생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예금과 적금 통장에 차곡차곡 저축하는 것이 재테크의 전부였지만 지난해 주식 활황기에 올라타 큰 수익을 올렸다는 주변인들 소식에 주식 투자를 결심했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주식 관련 채널도 찾아보는 중이며 ‘실탄’ 마련을 위해 마이너스통장도 개설했다.
소득이 있는 40대 10명 중 8명 정도가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15%는 A씨처럼 코로나19 확산 이후 투자에 나선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 등 투자 초보자)였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생애 금융보고서-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을 발간했다. 서울 및 지방 4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에 거주하는 40대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내용이다.
응답자의 78.2%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을 보유한 금융투자자였으며, 이들 중 57.4%는 앞으로 금융투자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융투자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3.9%가 최근 1~2년 사이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15.0%는 최근 1년 사이에 처음 투자를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투자 확대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를 안 하면 목돈 마련이 어려워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40대 초중반의 경우 ‘주택(부동산) 등의 가격이 높아져서’(30%)를, 40대 후반은 ‘가구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므로’(25%)를 꼽았다.
최근 자신의 리스크 선호도가 바뀌었다는 비율은 38.0%였다.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12.0%)보다 공격적이 된 경우(26.0%)가 배 이상 많았다. 리스크 선호도가 높아진 투자자의 73%가 ‘직접투자’를 선호했으며, 1순위 투자대상은 국내 주식(70%)이었다. 이어 해외주식(14%), 국내외 부동산(5%) 등 순이었다.
조사 대상의 평균 금융자산은 7000만원으로 파악됐다. 현 금융자산 중 예·적금이 57.7%에 달했고, 주식(15.6%) 기타금융투자(6.5%) 채권(1.5%) 등 금융투자 상품은 23.6%였다.
응답자의 총대출 잔액은 평균 8000만원이었다. 65.9%는 대출 잔액이 남아 있어 상환 부담이 있는 상태였다. 현 대출자 가운데 37.5%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출 규모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