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반갑습니다, 웹뮤지컬은 처음이신가요

입력 2021-02-20 04:07
서울예술단에서 실시한 ‘청년예술가 웹뮤지컬 창작콘텐츠 공모’ 선정작 10편. 서울예술단 제공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뮤지컬 동영상 콘텐츠를 꾸준하게 업로드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에이브이바이트’(AVbyte)라는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 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잘 알려진 뮤지컬 곡이나 자신들이 직접 창작한 곡을 영상으로 만들어 소개한다.

팀 멤버들과 친구들이 배우로 출연하고 제작비도 거의 들이지 않고 소박하게 만드는 이 작은 채널을 접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디즈니 공주들로 분한 여배우들이 저마다 공주로 사는 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으로 현재까지 1억7000만뷰를 기록한 패러디 뮤직비디오 ‘프로즌(겨울왕국)’이 처음 발표됐을 때였다.

코로나19 시대가 지속하면서 에이브이바이트가 그동안 업로드했던 영상들, 소위 웹뮤지컬들이 무대 공연이 희소해진 시대에 젊은 감성으로 무장한 재미난 콘텐츠로 재평가되고 있다. 현재 에이브이바이트는 새 콘텐츠를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구독자수는 증가해 100만명이 넘었다. 오랫동안 아날로그 방식의 활동에 집중해온 공연인들에게 온라인 영상 기반의 크리에이터 활동은 거리감이 느껴졌기에 이들의 활동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갔다.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짧은 형식의 뮤지컬이란 뜻의 웹뮤지컬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먼저 만들어진 곡 하나를 기반으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는 해당 곡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작품 또는 가수를 프로모션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상이 부가되는 방식이며 원곡이 가진 의미와 정서, 리듬감에 맞추어 영상을 사후에 구축한다. 또 하나는 뮤지컬 단편영화로서 감독 중심의 체제인 영화 장르의 내러티브를 추구하면서 전달 언어의 일부를 뮤지컬 창작자들과 협업으로 구축하는 방식이다. 에이브이바이트를 비롯해 뮤지컬 홍보용 영상 등 일반적인 방식은 전자로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이후에 업계에서 시도하고 있는 내러티브 드라마 방식은 후자로 볼 수 있다.

1986년 창립 이후 한국적인 음악극 레퍼토리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온 서울예술단이 뮤지컬을 내러티브 드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웹뮤지컬 작품 10편을 선발해 창작 개발 및 제작비를 지원하고 이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청년예술가 웹뮤지컬 창작콘텐츠 공모 프로그램의 결과물로서 현재 네이버TV를 통해 오는 21일까지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10편 모두 기본적으로는 단편 뮤지컬영화 스타일이지만 그 안에서 가수 역할의 원톱 캐릭터에 집중하고 여러 곡을 느슨한 내러티브로 이어붙인 이른바 장편 뮤직비디오 형식을 도입한 작품들도 있다.

재미난 지점은 이들 청년 공연창작자들이 만든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코로나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의 일상과 희망을 보여주는가 하면 청년들이 가진 외로움과 고독함 속에서의 유쾌한 망상을 소재로 담은 작품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시대에 소외된 소수자들이나 서민 계층들의 꿈을 따스한 인간애로 어루만져주며 감동을 주는 사례도 여럿 보인다.

서구의 웹뮤지컬이 대부분 패러디를 앞세운 코믹과 빠른 편집 화면으로 이루어진 문화를 보여준다면 우리의 웹뮤지컬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진지한 고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구 뮤지컬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고유의 궤적을 그리며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뮤지컬 장르가 연극과 비교해서 음악으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서 감정의 진폭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넓은 표현력의 범위가 있는 만큼 주어진 10분 안에서 뮤직비디오로서는 내러티브가 부실하지 않고 매력적인 배우와 좋은 음악이 뒷받침되고 뮤지컬 단편영화로서는 영화 속에서 뮤지컬적 문법으로 내러티브를 진행하는 어색함과 극복하고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집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