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의 국외 여비를 인상해 비난을 받고 있는 충북도의회가 피감기관의 국제교류 협력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자신들에겐 해외연수가 꼭 필요한 일이고, 다른 기관에겐 ‘불필요한 일’이라는 식의 ‘내로남불’ 논리를 편 셈이다. 지방의회의 도덕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도의원 31명 국외 여비를 인상한 반면 김병우 도교육감 등 11명의 국외 여비 2438만4000만원은 전액 삭감했다. ‘도의원 국외 연수는 괜찮지만 피감기관 해외 출장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제387회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회의록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 방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황규철 의원(옥천2, 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이 적혀있다. 황 의원은 “국외여비는 삭감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그러자 도교육청 관계자가 “추후에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삭감해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외여비는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선영 충북자치참여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자신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피감기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코로나19 민심 외면한 충북도의회는 도민 앞에 사과하고 해외연수 예산 전액을 즉각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오는 10월 8박10일 일정으로 파라과이를 방문해 첨단교실 구축사업 개소식과 교육정보화 포럼 등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산이 삭감된데 이어 지난 1월 교육부의 지침으로 온라인 연수로 대체됐다. 포럼에는 교육부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이 참여한다.
도교육청과 파라과이 교육부는 지난 2012년 교육 정보화 교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이러닝 세계화(ODA) 사업을 해마다 추진하고 있다. 2019년 파라과이 교육문화부 소속 교원 연수단이 충북을 방문해 ICT 활용 수업 설계와 SW교육, 도내 선진학교 방문, 정보화 기관 탐방, 한국 문화 체험 등을 진행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억2100만원으로 정한 국외 여비와 자매·우호 협력도시 방문여비를 올해 1억2650만원으로 4.5% 인상해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국외 여비는 9300만원으로 도의장을 제외한 31명 의원 1인당 300만원을 배정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모든 의원들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렸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국외 연수라 무리하게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의회는 오는 4월쯤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의에서 국외 여비 반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들끓은 여론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분위기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