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을 꼭 잡고 교회에 처음 갔다. 교회를 향해 걸어가는 내 모습이 대로변 상가의 유리창에 비쳤다.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설교 제목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였다. 말씀이 내 양심을 찔렀다. 마치 내 속에 있는 죄를 하나하나 뽑아주는 것처럼 부끄러웠다. 현장에서 간음하다 잡힌 여인처럼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의 긍휼만을 구했다.
회개 기도를 한 후 눈을 뜨니 십자가에서 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내에게 “십자가에서 빛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내는 “십자가 뒤에 있는 간접조명”이라 했다.
그러나 내가 본 빛은 간접조명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봐요. 십자가에서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거 안 보여요.” 그렇게 환하게 비추던 십자가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교회의 새신자로 등록했다. 새신자 교육이 끝나자 남전도회에서 초대를 받았다. 많은 집사가 환영해줬는데 그들 중 한 명은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이었다.
순간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그는 “이종락 형제님, 제가 당신을 압니다. 앞으로 신앙생활 같이 잘합시다”라고 말하며 반갑게 맞아줬다. 그는 교회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좋은 친구가 돼줬다.
교회는 집보다 좋은 안식처가 됐다. 예배를 기다리고 사모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한 달에 한 번씩 남전도회원들과 기도원에 갔다. 기도원에서 예배를 마친 뒤 산에 올라가 각자 흩어져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기적으로 기도원 예배를 드리면서 조금씩 기도의 줄이 잡히기 시작했다.
가랑비가 내리던 어느 날, 어김없이 기도원을 찾았다. 보통 예배를 마치고 저녁 11시에 산 기도를 시작해 새벽 3시 30분 즈음에 귀가했다. 그날 깊은 기도를 하면서 옷이 비에 젖는 줄도 몰랐다. 기도에 깊이 빠져들어 간 적은 처음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내려오지 않자 다른 집사가 날 찾으러 올라왔다. 내 기도 소리를 듣더니 “언제 방언을 받았나요”라고 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남전도회 집사들이 손뼉 치며 축하해줬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해 2시간 정도 잔 뒤 출근하기 위해 일어났다. 화단에 물을 주는 데 꽃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기분이 좋아 찬송가를 흥얼거리는데 갑자기 어떤 음성을 들었다.
“네가 좋아하는 거 버려라.” “내가 좋아하는 거요”라고 되물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음성을 들었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술과 담배지. 이것 때문에 내 인생이 여기까지 왔어. 당장 끊어야지.”
당시에도 한 달간 먹을 술과 담배 네 상자가 항상 집에 있었다. 술과 담배를 모두 버렸다. 내일 이것들이 다시 생각날까 두려워 간절히 기도했다. “나를 망친 술과 담배, 다시는 생각도 안 나게 해주세요.”
나는 어려서부터 술과 담배의 노예였다. 이것들을 끊으려 수없이 노력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날 이후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술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났다.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스치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몸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니 순식간에 끊을 수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술이 아닌 콜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은혜의 빛이 내 삶을 이끌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삶이 아니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