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탐사선 잇달아 화성 도착
“안녕, 세계.”(Hello, world) 18일(현지시간) 미국의 무인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한 뒤 미 항공우주국(NASA) 퍼서비어런스 트위터 계정에는 착륙지점 주변 사진과 함께 트윗이 올라왔다. 미국의 9번째 화성 착륙선인 퍼서비어런스는 지난해 7월 발사돼 7개월 동안 우주를 날아 이날 화성 ‘예제로 분화구’에 안착했다. 퍼서비어런스의 화성 착륙은 고난도로 평가받는 ‘공포의 7분’을 견뎌내고 이뤄낸 성과다. ‘공포의 7분’은 탐사선의 화성 진입 시 지구 중력 10배에 1600도의 뜨거운 대기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구간이다.
예제로 분화구는 30억~40억년전 물이 흘렀던 삼각주 지역으로 추정된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2년간 이곳에 머물며 화성의 고대호수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앞서 지난 9일에는 UAE가 쏘아 올린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미 NBC방송은 “‘희망’으로 시작해 ‘인내’로 끝난다”는 말로 이번 달 인류의 화성 탐사 스케줄을 묘사했다.
지난해 7월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떠난 아말은 7개월 만에 화성 궤도에 안착했다. 아말은 1년간 궤도를 돌며 대기층을 조사하고 화성의 기후도를 완성할 예정이다.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한 이튿날에는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우주 경쟁은 화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9일 달 탐사를 포함한 향후 10년간의 우주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나사가 추진해 온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나사는 오는 11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첫 비행인 ‘아르테미스-1 미션’을 거쳐 2024년까지 인류 최초로 달을 밟게 될 여성 우주비행사를 포함한 두 명을 달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우주의 경제·군사적 중요성 더 커져
인류의 오랜 우주 경쟁은 기술력을 위시한 패권 다툼이었다. 위성고고학 전문가인 호주 애들레이드 소재 플린더스대 앨리스 고만 부교수는 “화성 탐사는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중국과 아랍권 국가들이 막대한 자원을 우주공학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BC는 “2월의 화성 탐사 이벤트들은 단순히 화성 탐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가 오랫동안 지배해 온 우주 탐사 분야가 얼마나 (다양한 국가에서) 발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기후위기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인류의 우주 정복은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됐다. UAE와 중국, 미국의 탐사선들은 모두 화성에서 대기 측정과 표면 관측·촬영 등을 수행한다. 생명체의 신호를 찾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책임 공방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우주 탐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 소련, 유럽 등이 가지고 있는 배타적 지위에 합류하려는 것이다.
우주 강국을 강조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창어4호’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켰고, 지난해 12월 ‘창어5호’가 달 표면 샘플을 싣고 돌아오면서 ‘달 탐사의 꿈’을 이뤘다. 미국이 지난해 아르테미스 협정(국가나 기업이 달에 독점 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국제협약)을 공개하자 중국은 “이 협정은 미국의 ‘달 식민지화의 정치적 의제’를 뒷받침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7개국과 이 협정을 맺으면서 중국은 배제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우주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이미 우주군 및 우주부대를 창설하고 우주 기반의 정밀 타격무기 개발에 나섰다. 미 우주군은 지난해 첫 국가안보 위성을 발사했다. 우주 영역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안보 위협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들의 우주 경쟁도 활발
국가 간 경쟁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나선 것도 신 우주 경쟁의 특징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세계적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대표적이다.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 민간 기업 최초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했다.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올랐다. 크루 드래건은 몇 시간 후 지구 상공 40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성공적으로 결합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또 다른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도 쏘아올렸다. 나사는 리질리언스에 우주인 4명을 태워 ISS에 보냈다.
올 3분기부터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을 최근 밝힌 베이조스는 머스크보다 2년 앞선 2000년 우주개발 업체 ‘블루오리진’을 세웠다. 베이조스는 2000년부터 매년 아마존 주식을 10억 달러어치씩 팔아 블루오리진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인터넷 위성 발사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기도 한 베이조스는 사임 후 본격적으로 우주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도 민간 우주기업이 1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설립된 중국 민간 우주기업 100곳이 지난 6년간 끌어모은 투자자본은 18억 달러(약 2조원)가 넘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