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6) “하나님 아버지” 기도 시작하자 갑자기 머리 하얘지더니

입력 2021-02-17 03:02
이종락 목사(오른쪽) 부부가 1988년 성탄예배에서 특송을 부르고 있다.

사장에게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한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직원 예배가 열렸다. 나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예배를 드려야 했다. 예배 시간에 다음 주 예배에선 내가 대표기도를 한다는 광고를 들었다. 난감했다.

과장에게 어떻게 기도하냐고 묻자 그는 “그런 건 알려주는 게 아니라 혼자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 검색만 해도 기도문이 나오는데 당시엔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기도문을 어떻게 써야 하나 며칠을 발을 동동거리다 대표기도 하루 전에 집에서 두서없이 작성했다. 월요일 아침에 대표기도를 하러 앞으로 나갔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하나님 아버지”라고 기도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종이가 하얗게 변했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도 하얘졌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기도문을 읽지 못하는 내가 순간적으로 창피했다. 그냥 눈물만 흘리고 서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한창 울고 있는데 앞에서 과장이 “이종락씨 그냥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고 하고 내려와”라고 말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부장이 나와 나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해 같이 내려왔다. 기도는 내가 시작했는데 마무리는 부장이 한 것이다.

‘아, 이마저도 망쳤구나.’ 점심시간까지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식당 구석 자리에 앉아 동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식사하고 있었다. 그때 나를 발견한 한 동료가 다가와 “이종락씨, 정말 은혜 많이 받았어. 나도 같이 울었어”라고 말했다.

‘무슨 소리지. 나를 놀리나.’ 지금은 직장 동료가 내 기도에 함께 눈물을 흘린 일을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시엔 창피해하는 나를 놀리는 줄로 알았다.

그날 ‘이제부터라도 교회에 나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퇴근 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여보, 교회에 다니려 하는데 당신도 함께 갑시다.”

아내가 놀라며 입을 뗐다. “어쩐 일이데요. 당신이 뭐라고 할까 봐 얘기를 못 했는데, 3개월 전부터 몰래 교회에 나가고 있었어요. 당신이 예수님을 믿고 술과 담배를 끊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어요.”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아내의 기도가 응답된 것일까. 난 눈물이 없는 사내였다. 아내 앞에서는 울지 않았지만, 그날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뭉클하고 속으로 눈물이 났다.

아내와 함께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새벽 예배도 아내 손을 잡고 다녔다. 하나님은 나를 당신의 길로 이끌고 계셨다. 사장과 아내의 기도처럼.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