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공들인 청년부 1년 만에 무너져… 계급장 떼고 담당 목사 자원”

입력 2021-02-16 03:03 수정 2021-02-16 06:30
김정현 동두천 동성교회 목사가 지난 14일 교회 예배당에서 코로나19시대 청년목회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현 동두천 동성교회 목사는 새해 첫 주부터 목회실험에 들어갔다. 담임목사가 청년부 담당 목사를 자원한 것이다. 중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청년부를 부교역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담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4일 경기도 동두천의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코로나19 난국을 돌파할 해법이 청년부 재건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최근 영적 상황을 보며 19년 전 이곳에 부임했을 때 상황이 떠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면서 “지금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교회 문을 열었을 때 평소 출석률의 30~40%를 채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동성교회 청년부에는 150여명이 출석했다. 지금은 출석률이 반토막 났다. 그는 “교회가 마치 혐오스러운 집단인 양 인식되고 젊은이들은 교회를 배타적으로 바라본다”면서 “교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청년부터 붙잡아야 한다. 그래서 청년부 담당 목사를 자원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가 카페에서 청년들을 심방하는 장면.

김 목사는 매주 청년 3명을 심방한다. 주일 오후 2시엔 청년부 예배에서 직접 메시지를 전한다. 예전처럼 매일 오후 9시부터 2시간씩 기도훈련을 하며 리더를 키울 예정이다.

그가 2002년 동성교회 청빙 받았을 땐 장년이 200명이었다. 청년예배 참석자는 2~3명에 불과했다. 지역 특성상 젊은이들이 학교와 직장을 찾아 서울로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김 목사는 부임 후 청년부 예산을 10배 늘리고 본당 1층을 청년부 예배실로 내줬다. 청년부 전용 풋살장도 만드는 등 사역의 초점을 청년에게 맞췄다. 그러자 교회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0여년 만에 장년 2000명, 청년 20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2012년에는 청년 리더들이 교회 인근에 지교회를 개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김 목사는 “청년들이 패배주의와 편협한 사고를 깰 수 있도록 항공료 전액을 지원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비전트립과 선교여행, 성지순례를 보냈다”면서 “음향, 악기, 공간, 재정의 최우선 순위를 청년에 두자 수백명의 청년이 몰려들었고 자체 예산이 연간 3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청년의 삶에 말씀이 접목됐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그들에게 투자하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면서 “청년을 사역현장의 소모품이 아니라 교회의 미래로 보고 아낌없이 투자하니 부흥이 시작됐다”고 조언했다.

청년부가 살아나자 청년들이 중고등부 수련회와 행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중고등부도 덩달아 초등부 아이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전통이 정착됐다. 청년들은 받은 은혜를 잊지 않았다. 경로잔치 등으로 어르신을 섬긴다는 소문이 지역사회에 퍼졌다. 자연스레 선배가 후배를 이끌고 제자가 제자를 낳는 소그룹이 활성화됐다.

교회가 청년들을 위해 설치한 풋살 경기장.

그는 “변화의 축을 청년부로 잡은 원리는 간단했다. 청년 리더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청년들이 다시 제자로 세워지는, 예수님의 제자양육 방식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지난 17년간 공들였던 교회공동체가 코로나19로 인해 1년 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해법을 둘째 형인 김태현 필리핀 선교사의 사역에서 찾았다.

그는 “형님이 필리핀 빈민가에서 매년 12명의 초등학생을 선발해 집중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그 훈련이 8년 차에 접어들자 1기 훈련생이 6기 훈련생을 가르치고 2기가 7기를 가르치며 제자가 제자를 낳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8년간 형님이 키워낸 제자가 84명인데, 이들이 ‘한국문화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지역사회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며 “교사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현지 아이들을 보면서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교회의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에 닥친 진짜 문제가 목회자들의 패배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일제강점기 국권을 빼앗긴 신앙 선배들은 농촌계몽운동에 뛰어들어 어린아이들에게 한글과 역사를 가르쳤다”면서 “나라를 다시 찾으려고 농촌으로 향했던 ‘상록수’의 최용신 선생처럼 이제는 목회자들이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세대 교육과 투자에 인색한 교회 분위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교회 내 청년들의 불만이 뭔지 아는가. ‘우리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왜 잔소리하며 일만 시키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만약 그 아이들이 내 아들딸 손주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그렇게 방치했을까. 돈 없다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굶어 죽더라도 볍씨만큼은 지키는 농부의 지혜를 배워 다음세대를 키워야 한다”면서 “우리 부모세대가 소와 논을 팔아가며 자녀교육에 힘썼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교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현실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며 “목회자는 더이상 외부 자리를 잡으려고 기웃거려선 안 된다. 목회자가 있어야 할 곳은 교회”라고 강조했다.

동두천=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