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행위…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 물어야

입력 2021-02-16 03:05 수정 2021-02-16 06:30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낙태반대 행사인 ‘마치 포 라이프’에서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와 생명존중 피켓을 들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부가 배우자와 함께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해 임신부와 배우자가 함께 결정했다면 이 행위에 대한 도덕적·법적 책임도 임신부와 배우자가 함께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형법 제269조는 낙태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임신부에게 묻고 있고 형법 제270조는 의료진에게만 묻고 있을 뿐이며 배우자 곧, 남자에겐 묻지 않는다. 이처럼 모자보건법과 형법은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도덕적·법적 책임을 임신부에게만 묻는 것은 성경적 관점에서도 지지받기 어렵다는 점을 세 가지 정도로 살펴본다.

첫째,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그 존재에 있어 하나님 앞에서 평등한 자들로 제시한다. 이와 같은 평등성의 기반으로부터 남자와 여자가 함께 참여하고 서로 동의한 행위에 대해 여자에게만 도덕적·법적 책임을 묻는 태도가 나올 수 없다.

남자와 여자는 그 본질상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다. 즉 모두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이며, 인간으로서 본질에 있어 평등하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존재적 평등이라는 터전으로부터는 함께 참여한 행위의 결과에 대해 남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불평등성이 나올 수가 없다.

둘째, 성경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명확한 상보적 관계로 파악한다. 이 상보적 관계는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와 이를 통한 임신의 경우 가장 명확히 표현된다. 따라서 임신이나 임신중절에 대해 남자와 여자는 공동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다.

남자와 여자는 인간이라는 본질에서는 평등하나 그 역할과 기능에서는 차별화되는 존재다. 정신적 능력이나 성향, 뇌 구조, 성적 특성, 생식과 자녀 양육의 특성 등에서 차별화되는 독특성을 가진 존재다. 각자에게 주어진 독특한 특성들을 갖고 서로 보완해가면서 하나님이 주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문화 대명령을 완성해간다.

차별화되면서도 상호보완적이라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 특성은 삼위일체적 신학적 기반을 가진다. 성부는 창조사역을 주도하고 성자는 객관적 구속사역을 주도하고 성령은 주관적 구속사역을 주도한다.

이처럼 인간학적·신학적 기반에서 볼 때 남자와 여자가 각기 다른 역할과 기능이 있지만, 서로를 보완해가면서 성관계 및 이에 수반하는 자녀출산과정을 함께 진행한다면, 출산과정에 뒤따르는 결과에도 항상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함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자녀출산 과정의 결과 가운데 하나인 낙태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남자가 면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책임에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셋째, 한 걸음 더 나아가 성경은 결혼관계에 있어 기능적 의미에서 남자의 주도권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 주도권이 성관계와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임신에 대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임신이나 임신중절의 결정에 있어 임신부보다 배우자인 남자에게 더 큰 도덕적·법적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다.

성경은 결혼관계와 교회관계에서 명백하게 남자에게 지도적 위치를 부여한다. 이 관계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반영하고 설명하는 유비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경적 인간학, 결혼관, 삼위일체적 신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편으로 결혼관계와 교회 안에서 남자의 지도적 지위를 거부하는 급진 페미니즘의 시도는 반성경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성관계와 이로 인한 자녀출산 관계에 있어 지도적 위치에 있는 남자를 책임에서 제외하는 것도 반성경적 태도다.

더욱이 결혼관계에서 남자에게 지도적 위치를 부여하는 성경적 결혼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낙태행위에 대해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적이고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선악과 사건에서 하와가 사탄의 계략에 먼저 말려들었음에도 하나님이 아담에게만 사실 확인을 하시고 공동책임을 물으셨다. 이는 결혼관계와 교회관계에서 남자의 지도적 위치를 분명히 하신 것이다.

이처럼 결혼관계에서 남자에게 지도적 위치가 부여됐다면, 자녀출산과 그 결과에 대해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자녀출산의 결과인 낙태에 대해 임신부에게만 일방적으로 도덕적·법적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남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함에도 반대로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면하는 법 제도는 성경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낙태죄 개정이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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