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에 거품” 돈줄 옥죈 중국… 한국증시 영향은

입력 2021-02-15 00:06

최근 중국발 긴축 불안감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시중자금을 줄일 때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강한 하락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중국의 빠른 경기 회복세와 그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중국발 유동성 리스크를 앞으로도 동행해야 할 ‘상수’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자금시장에서 꾸준히 자금을 회수하며 긴축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내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중국발 긴축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마쥔 칭화대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에서 거품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통화정책 기조를 적절히 전환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쌓여 중장기적으로 경제·금융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이 전해진 지난달 26일 상하이증시는 1.5%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1.0%, 1.8% 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2.1% 급락하며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92.84포인트(3.03%) 하락한 2976.21로 3000선을 이탈했다. 중국의 긴축 우려가 단기 과열에 대한 부담이 커진 한국 증시에 조정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들어 춘제 연휴 전인 지난 10일까지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활용해 7100억 위안을 시중에 공급했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물량(6640억 위안)을 감안하면 실제 공급액(순공급)은 4600억 위안에 그친다. 꾸준히 만기 물량에 비해 공급량을 줄인 지난달까지 합치면 실제 공급은 마이너스다. 당국이 춘제를 앞두고 유동성을 줄였다는 뜻이다.

인민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올 1월 금융지표를 보면 위안화 신규 대출과 사회융자 총액 증가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민성은행 원빈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 역량이 강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체적으로 1월 금융지표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주는 급격한 통화긴축 방식은 피할 거라고 예상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 변동성, 국내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중국 시보금리(상하이 시중은행 간 대출금리) 흐름을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보금리는 중국의 긴축 우려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표다. 단기 유동성 경색으로 초단기 금리가 단기 금리를 역전했다. 김 연구원은 “추후 유동성 공급 문제가 완화돼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면 주식시장도 조정을 끝내고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도 최근 “통화정책은 계속해서 경제 회복을 지지할 것”이라며 “너무 서둘러 경기 부양정책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를 보이고, 연초부터 제조업과 서비스업 활동이 다소 위축된 점을 보더라도 인민은행이 무리하게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인민은행은 단기 금리 급등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하면 대규모 자금 순공급으로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춘제 전부터 유동성을 타이트하게 관리해 왔기 때문에 연휴 전후 유동성 괴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급한 게 많지 않으니 거둬들일 것도 없다는 얘기다.

다만 김 연구원은 “상반기 내내 중국발 유동성 우려에 따른 이러한 스트레스테스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중국의 단기 유동성 압박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