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상장을 공식화한 뒤 시장가치가 5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쿠팡을 둘러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처우 문제부터 창업자와 투자자가 모두 외국 국적자라는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외국 국적자라는 점 때문에 ‘국민 돈으로 외국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하버드대 정치학부를 졸업하고 비즈니스스쿨(MBA)에서 공부했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은 대학 졸업 후에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2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설립한 김 의장은 10년간 대표직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물러나 의장직에 전념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대표직을 겸직한 지난해 연봉 88만6000달러(약 9억8000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스톡 어워드·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주식으로 받는 일종의 상여금) 등 총 1434만1229달러(158억원 상당)를 받았다. 쿠팡은 김 의장 보유 주식에 일반 주식 29배에 해당하는 ‘차등 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상장 후 김 의장이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쿠팡에 30억 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한국계 일본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쿠팡의 상장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보지는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한국 기업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어왔지만 그 문제가 상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 보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선 “쿠팡이 상장 이후 노동자 문제에 눈을 감아버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쿠팡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노동자 사망사고가 6건 발생하면서 노동자 처우와 관련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또 근로복지공단은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중 지난해 10월 숨진 20대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쿠팡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노동자 사망에 대해)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과했다.
쿠팡은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신청하면서 배송 인력인 ‘쿠팡맨’ 등 직원들에게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언급했다. 쿠팡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고서에서 “회사 역사상 중요한 단계(미 증시 상장)를 축하하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객을 위해 헌신한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일선 직원과 비관리직 직원에게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들 직원이 회사의 근간이자 성공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2025년까지 5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제기돼왔던 노동자 처우 문제를 의식해 내놓은 대책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진영 이택현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