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급 대책에도 계란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수입 계란 물량에 비해 조류 인플루엔자(AI) 살처분 여파가 더 큰 탓이다. 수급 대책을 가동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쌀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는 매한가지다.
14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설 연휴 전 최종 거래일인 지난 10일 기준 계란 한 판(30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7481원이다. 1개월 전(6116원)과 비교해 1365원 더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설 연휴 이전에 2000만개의 계란을 무관세로 수입해 시중에 풀었지만 가격 하락 효과는 미미하다.
계란 수입 조치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은 국내 생산량 감소 폭이 지나치게 큰 탓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 기준 2758만6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조치됐다. 이 중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가 1462만8000마리(53.0%)를 차지한다. AI 확진 농장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가 금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100만개가량의 계란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 산안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쌀도 사정이 비슷하다. 농식품부는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달 5일 정부 양곡 18만t을 순차적으로 시중에 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일 기준 가마니(80㎏)당 평균 소매 가격은 24만736원이다. 1개월 전(23만8896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마트 등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되기보다는 외식업계에 중점 공급되다 보니 영향이 미미했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마저도 안 풀었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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