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커피시장도 뒤흔들었다. '제 3의 공간'을 추구했던 스타벅스는 배달에 뛰어들었고,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꾸려가는 이디야커피는 대표가 급여의 50%를 반납했다. 1~2위 기업이 이럴진대 소규모 카페의 어려움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 3위 커피시장인 한국의 카페 사정은 어느 때보다 곤궁해졌다. 하지만 커피시장이 마냥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있다.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에 이르고,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43억 달러로 인구 대국인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2018년 기준·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은 커피시장도 뒤흔들었다. '제 3의 공간'을 추구했던 스타벅스는 배달에 뛰어들었고,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꾸려가는 이디야커피는 대표가 급여의 50%를 반납했다. 1~2위 기업이 이럴진대 소규모 카페의 어려움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 3위 커피시장인 한국의 카페 사정은 어느 때보다 곤궁해졌다. 하지만 커피시장이 마냥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있다.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에 이르고,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43억 달러로 인구 대국인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2018년 기준·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지난 조사 결과의 기준이 되는 2018년 이후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지난해에도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는 주춤했을지라도 시장 자체는 몸집을 키웠으리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와 최첨단을 달리는 커피 문화가 공존하는 2021년, 한국의 커피 시장 지형도는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올해, 커피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홈카페’다. 우리나라 카페 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IT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고, 대부분의 경우 놀랄만한 성과를 냈다. 그런 스타벅스가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전망한 올해 커피시장의 핵심 키워드 또한 ‘홈카페’다.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제3의 공간’으로써의 매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강화되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배달’하고, 스타벅스가 제공해 온 ‘익숙한 맛’을 집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에 배달 전문 매장 두 곳을 열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달 사무실 밀집 지역인 영등포구(여의도화재보험점·당산대로점)와 마포구(마포아크로점)로 배달 지역을 확장했다.
카페의 배달은 이제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배달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이디야커피다. 2018년부터 시작해서 배달서비스가 낯설지 않았던 이디야커피는 코로나19 유행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 이디야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메가커피 등 체인점 뿐 아니라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도 배달을 빼고 경영을 이야기하기란 어렵게 됐다.
김영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고정비가 드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리스크가 적다”며 “이디야커피를 비롯해 여러 커피 프랜차이즈가 일찍이 배달 시장에 뛰어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디야커피의 지난해 4~6월 배달 매출과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1000%가량 증가했다. 이디야커피가 업계 최초로 배달을 시작했던 2018년에는 400여개 매장이 배달에 참여했으나 지난해 2100여개 매장으로 늘었다. 음료뿐 아니라 스퀘어피자, 컵디저트, 호떡 등 사이드메뉴 주문도 늘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스타벅스는 홈카페가 강화된 환경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로 카페 매장 이용이 불가능했던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원두 판매량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재택근무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이용이 제한되면서 디카페인 원두를 포함해 폭넓은 로스팅 스펙트럼을 갖춘 스타벅스 원두 상품군이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커피전문점 배달이나 커피전문점의 원두만으로는 커피공화국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했다. 홈카페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 아니라 그럴싸한 ‘커피 머신이 있는 풍경’으로 확장됐다.
지난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반자동·전자동 머신의 인기는 커피 마니아들의 커피 사랑을 확인시켜줬다. 커피머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머신 시장은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브레빌(하반기 137% 성장), 유라(4분기 89% 성장), 드롱기(연간 25% 성장·시장 점유율 70% 추정) 등의 커피머신은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선전했다.
커피전문점 수준에 이르는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유행하는 것은 코로나19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시작해 수백만원대에 이르기까지 비싼 편인데도 소비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네스프레소, 일리로 대표되는 ‘캡슐 커피 머신’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브레빌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 가심비 추구 등과 맞물려서 홈카페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며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기계일지라도 고사양의 프리미엄 소형 가전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커피머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의 증가,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를 필두로 하는 비대면 주문의 증가, 배달서비스를 받기 위한 사이드 메뉴의 다양성 또한 커피 시장의 미래 키워드로 꼽힌다. 스틱커피도 대중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스틱커피로 통칭되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 규모는 2조원대로 추정된다. 동서식품의 카누를 비롯해 네슬레, 이디야커피 등 대기업 제품뿐 아니라 소규모 브랜드까지 스틱커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라는 절대강자가 있지만 나머지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며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나가면서 커피시장의 판도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