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누고 사랑 더하고… 신앙의 유산 전해요

입력 2021-02-11 03:01
코로나19로 명절 행사를 축소한 교회들이 다양한 설 가정예배 콘텐츠를 준비했다. 경기도 파주 거룩한빛운정교회가 성경적 내용을 담아 준비한 가족 윷놀이판. 거룩한빛운정교회 제공

경기도 파주 거룩한빛운정교회(유정상 목사)의 설날 윷놀이판은 ‘교회’ 칸에서 출발하고 도착한다. 윷을 던져 걸이 나오면 ‘가족을 위해 짧게 기도해주세요’라는 미션이 적힌 칸에 도착한다. ‘윷미션’이라고 적힌 칸에 도착하면 다시 윷을 던져 해당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도가 나오면 가족과 포옹을 나누고, 개가 나오면 담당 교역자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문자를 발송해야 한다. 성경책 모양의 칸에선 교회의 표어와 로마서 15장 13절 말씀을 읽으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성경적 내용으로 구성된 윷놀이는 거룩한빛운정교회가 설을 맞아 제작한 가정예배 콘텐츠다. 예배 후 가족들이 윷놀이를 함께 즐기며 말씀을 읽거나 좋아하는 찬양을 부르는 등 교회를 기억하고 예배드릴 수 있다.

코로나19로 설날 행사를 하지 못하는 교회들은 이처럼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명절 가정예배 콘텐츠 제작에 힘썼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로 가족 간 모임도 제한된 상황이지만, 교회와 전문가는 가정예배를 통해 명절을 중요한 신앙 전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충신교회(이전호 목사)는 명절 가정예배를 아이들이 인도하도록 했다. 교회학교는 설 2주 전 공과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예배 인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전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예배를 만들어 위에서 아래로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도 신앙을 올려보내기 위해서다.

교회는 모임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러 가족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한 예배 방법도 안내했다. 줌 공과를 하면서 줌 사용에 익숙한 아이들이 주축이 됐다. 가정예배 콘텐츠를 담당하는 이도복 충신교회 부목사는 “명절 가정예배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수해 주고, 아이들은 신앙이 없는 가족을 전도할 좋은 기회”라며 “온가족예배 등 교회 행사가 축소된 상황에서 하나님이 우리 가정의 주인이라는 걸 함께 고백하는 명절 가정예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로교회의 설 명절 이웃 섬김 활동인 ‘위드유 착한 냉장고’와 ‘수영로 라이더’ 포스터. 수영로교회 제공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가정예배와 함께 가족이 설 연휴에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이웃 섬김 활동을 마련했다. 명절을 맞아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신앙을 경험하게 하고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교회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반찬을 만들어 교회 로비의 냉장고에 넣는 ‘위드유 착한 냉장고’와 자녀와 함께 이웃에게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수영로 라이더’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예배학자들은 가족끼리 신앙을 전수하고 서로를 축복한다는 가정예배의 본질을 되새기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안선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노인, 아이 등 가족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 축복하고 신앙의 유산을 잘 넘겨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옳은 예배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며 “방역지침을 잘 따르면서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물리적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함께 예배하며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