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효과’ 비트코인 가격 5000만원도 뚫었다

입력 2021-02-10 04:06
로이터연합뉴스

가상화폐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이 ‘테슬라 효과’를 등에 업고 5000만원 벽을 돌파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풀린 돈을 흡수하며 몸값을 높이던 비트코인이 테슬라 투자 소식으로 날개를 단 것이다. 대체 화폐 지위를 두고 금(金)과 경쟁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내재가치가 부족한 데서 오는 ‘롤러코스터’ 변동성과 시세 과열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9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507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달 7일 4000만원을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1000만원가량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비트코인은 8일(현지시간)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15억 달러(약 1조6700억원)어치 구매 계획을 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향후 자사 차량을 비트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글로벌 영향력을 획득한 기업인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 투자 방침을 밝힌 건 향후 가상화폐에 대한 중요한 보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최근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연이어 비트코인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금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의 극심한 가격 변동 배경에는 무엇보다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이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갈 곳을 못 찾은 돈이 가상화폐를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나 달러 약세 위험을 분산시키는 투자처로도 부각됐다.

특히 비트코인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담보되지 않은 투자 대상이다 보니 유력 인사의 말 한 마디, 글로벌 기업의 구체성 떨어지는 투자 계획에도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청문회에서 “상당수 가상화폐가 돈세탁 등 불법 금융에 주로 사용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16%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 사업 계획을 발표한 테슬라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트코인 전문가로 꼽히는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비트코인 매수와 결제 허용 계획을 동시에 밝힌 배경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물품을 판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겠다고 하면서 비트코인을 또 사들이겠다는 건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트코인 투자는) 가격 급변동에 따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들에 한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비트코인처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자산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게 정상”이라며 “투자자들은 급락에 대한 대비 역시 항상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