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등 세계 테니스 강자들이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2021 호주오픈(총상금 8000만 호주달러) 1회전을 가볍게 통과했다.
나달은 9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대회 둘째날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라슬로 제레(56위·세르비아)에 3대 0(6-3 6-4 6-1) 완승을 거뒀다.
나달은 제레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1번만 허용하면서도 제레의 서브게임을 6번 브레이크했고, 첫 번째 서브 득점률(83%-64%) 뿐 아니라 두 번째 서브 득점률(48%-43%)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나달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20회)을 경신할 수 있다. 나달은 호주오픈에서 1번(2009년)의 우승 경험 밖에 없는 데다, 지난 2일 경미한 허리 통증을 느껴 호주와의 남자프로테니스(ATP)컵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터라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쾌승을 거두면서 컨디션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호주오픈에서 통산 8차례나 우승을 차지해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조코비치도 전날 제러미 샤르디(61위·프랑스)를 역시 3대 0으로 제압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그 외에 도미니크 팀(3위·오스트리아)과 알렉산더 츠베레프(7위·독일) 등 ‘차세대 주자’들도 2회전에 합류했다
여자 단식도 흐름은 비슷했다.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와 시모나 할레프(2위·루마니아)는 물론이고 이번 대회에서 남녀 단식 도합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24회)에 도전하는 세리나 윌리엄스도 2회전에 합류했다.
유일한 이변은 권순우(97위·당진시청)에게 나왔다. 권순우는 자신보다 현 랭킹이 한참 낮은 서나시 코키나키스(호주·267위)에게 1시간33분 만에 0대 3 완패를 당했다. 코키나키스가 2015년 69위까지 올랐던 선수지만, 그걸 감안해도 권순우의 플레이는 너무 무기력했다. 권순우는 3번의 호주오픈 도전에서 한 번도 2회전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이어갔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코로나19 탓에 코트 위 인원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주심 한 명 만이 심판을 봤다. 공의 아웃 여부에 대해선 코트에 설치된 카메라 선심이 공 궤적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판정 내렸다.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나오미는 “기계가 하는 것인 만큼 판정에 대한 항의가 줄어들 수 있어 좋다”고 밝힌 반면, 41세로 여자 단식 최고령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81위·미국)는 “선심들 역시 비교적 정확히 본다고 생각한다”며 테니스 전통이 사라져가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