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 활황에 양도세·증권거래세 ‘쑥’… 전체 국세는 줄어

입력 2021-02-10 04:02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했지만 부동산·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정부 예상치를 웃도는 세금이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입예산(예상 세입액)을 짤 때 경기 부진을 감안해 전년 대비 13조원가량 적게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280조원을 조금 밑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국세수입은 285조5462억원으로 오히려 5조8339억원(2.1%) 늘었다.

부동산이나 증시 등 자산시장 호황 여파로 관련 세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9일 발표한 2020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양도소득세(23조6558억원)는 1년 전과 비교해 7조5547억원(46.9%) 증가했다. 지난해 주택 거래량이 202만2000호로 전년 대비 29% 증가한 영향이다.

종합부동산세(3조6006억원) 역시 9293억원(34.8%) 늘었고 상속·증여세도 10조3753억원으로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취득과 보유, 거래 등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면서 상속·증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증가와 증시 활황의 영향으로 증권거래세도 2019년 4조4733억원에서 8조7587억원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초 정부의 증권거래세 예상치는 5조원을 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탓에 법인세는 정부 예상치보다 5.1%(2조9621억원) 줄어든 55조5132억원이 걷혔다. 전년보다 16조6611억원이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법인세수는 2016년(52조1154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민간소비 감소 등 영향으로 부가가치세(64조8829억원) 역시 8.4%(5조9454억원) 줄었다.

국세수입과 벌금 및 과태료 등을 포함하는 세외수입을 합친 총세입은 465조5000억원, 총세출은 45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세입과 총세출의 차액인 결산상 잉여금은 11조7000억원이었다. 이 중 2조3000억원은 올해로 이월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나라살림은 9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은 7조9000억원(2.7%) 줄면서 2019년(1161억원 감소)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세수 감소율로 따지면 1998년 외환위기(3.0%) 이후 두번째로 높다.

정부 예산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불용 규모도 14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예산 집행에 나선 결과다. 지난해 편성해 놓고 못쓴 예산 불용액은 전년보다 1조3000억원 감소한 6조6000억원으로, 불용률(불용액/세출예산)은 1.3%로 최근 3년 평균치(1.9%)를 하회했다.

한편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2020년도 개정 세법 후속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시장조성자의 증권거래세 면세 혜택이 축소된다.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코스피·코스닥 시장별 회전율이 상위 50% 이상인 종목은 시장조성자의 증권거래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는 4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부동산 임대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를 산정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연 1.8%에서 1.2%로 인하된다. 빌딩을 전세보증금 10억원에 빌려준 임대인의 과세 기준액이 1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