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주식부터 비트코인까지 그가 언급하는 종목마다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전례 없는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가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가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특정 종목을 언급할 때마다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출렁였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주식을 둘러싸고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기관들이 공방을 벌일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에 “Gamestonk”(Gamestock의 오기로 추정)을 적자 주가가 폭등했다. 머스크의 트윗이 올라간 직후 게임스톱은 장외 거래에서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 올랐다.
그의 트윗을 오해한 개인투자자들이 엉뚱한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적도 있다. 지난달 7일 머스크가 트위터에 “시그널을 사용하라(Use Signal)”고 적었다.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앱인 왓츠앱 대신 암호화된 SNS인 시그널을 사용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머스크의 트윗을 잘못 해석한 투자자들이 메신저앱 시그널 대신 뉴욕 장외주식시장(OTC)에서 거래되는 ‘시그널 어드밴스’란 주식에 몰리며 이 주식의 가격이 며칠 새 수십배 폭등했다. 전날 60센트에 불과했던 주가가 머스크의 트윗 후 며칠 만에 38.7달러까지 65배 오른 것이다. CNBC는 “하루 한 건의 주식도 거래되지 않았던 시그널 어드밴스 주식은 이날 200만건 넘게 거래되며 2014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온 머스크가 이번에는 모험적인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8일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 가까운 미래에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용인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자신이 암호화폐의 지지자라는 트윗을 올림으로써 암호화폐의 인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머스크는 이달 초 새로운 소셜미디어 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금융전문가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기 직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았다. 지난달 29일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을 ‘#bitcoin’으로 변경했을 때도 비트코인 시세는 20% 폭등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동물 밈을 모티브로 삼아 장난스럽게 제작된 ‘도지코인’이란 암호화폐 역시 머스크가 언급한 뒤 열흘간 10배 이상 시세가 상승했다.
머스크의 트윗 한 줄, 말 한마디가 경제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시장 교란’이라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개인이 자신의 팬을 앞세워 (주식 등에 대한) 비정상적인 수요를 창조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증권사 프리트레이드의 댄 레인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공매도 세력을 비정상적인 시장권력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작 본인은 트윗 한마디로 떼돈을 버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그의 행동이 적법한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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