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로비·법관 사직종용… 김명수 의혹 연달아 불거져

입력 2021-02-10 04:03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대검찰청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언급과 거짓 해명을 둘러싼 논란은 다른 의혹들로 옮겨붙고 있다. 그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임 부장판사에게 의원 상대 로비를 맡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고발이 이뤄졌다. 일부 법관에게 사직을 종용했다는 등 인사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9일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대법원장이 2017년 대법원장 후보자 신분일 때 임 부장판사에게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을 접촉해 찬성표를 얻게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고발이다. 법세련은 “현직 판사를 시켜 국회에 불법적 로비를 지시한 것은 삼권분립에 반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의원 로비와 관련해 “언론에 제기된 의혹은 대체로 맞는 것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를 아는 법조인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뒤 임 부장판사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그런 일을 맡기더니 이후에는 국회의 비난을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인사와 관련한 의혹도 연일 불거지고 있다. 법관들의 커뮤니티인 ‘이판사판’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보다 더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됐고 인사는 더 공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성토가 올라와 있다. 앞서 법원장 승진 1순위로 꼽혔던 고위 법관이 법원행정처로부터 “김 대법원장이 불편해한다”는 전화를 받고 사표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김 대법원장이 사적인 자리에서 법관들의 이름을 말해가며 강하게 비난했다는 말도 사법부 내에 퍼지는 실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서 법관 자격을 거론하며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주변에는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등장했고, 야당 의원들은 김 대법원장이 물러나기를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그간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불만들이 거짓 해명 논란을 계기로 터져나오는 듯하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