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통 큰 기부 선언이 코로나19 등으로 짓눌려 있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 의장이 밝힌 기부 규모는 현재 기준으로 5조원대로, 국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거액이다. 김 의장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기부 액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기업들이 그동안 이윤을 사회와 나눈다는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해 왔지만 대기업 오너가 거액의 사재를 기부한 경우는 드물었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부부, 조지 소로스, 마크 저커버그 부부 등 거부들이 거액의 재산을 앞장서 기부하는 외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부러웠는데 김 의장이 국내에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아 반갑고도 고맙다.
모든 기부가 값지지만 김 의장의 사례가 더 큰 주목을 끄는 것은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의도의 기부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이나 몸 담은 기업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는 말이다. 과거에도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거액 기부 의사를 밝혔으나 사법 처리를 앞뒀거나 사회적 물의로 인한 난처한 처지를 모면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기부를 약속하고도 차일피일 미루고 시간이 흐른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김 의장의 선언은 당연히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김 의장은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했다.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하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쪼록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공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이길 기대한다.
정부도 기부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세제 개편 등 정책적 지원을 아껴서는 안 된다. 재산 우회 보전이나 편법 상속·증여를 위한 꼼수 기부에는 엄정하게 과세해야겠지만 선의의 기부는 세금 감면 확대 등을 통해 북돋울 필요가 있다. 기부자가 취지를 온전히 살리면서 사회적 존경을 받고 이로 인해 기부 문화가 더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설] 김범수 의장의 기부 선언, 사회지도층에 확산되길
입력 2021-02-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