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영화 ‘공작’ 실제 모델 북한 리호남과 비밀 회동”

입력 2021-02-09 04:07
2019년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 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 직원이 2019년 남북에너지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를 지낸 리호남을 비밀리에 만났다는 근거자료가 공개됐다. 리호남은 영화 ‘공작’의 북한 고위급인사 ‘리명운’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입수한 ‘북한주민접촉신고 수리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소속 A차장은 2019년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장을 신청했다. A차장은 남북에너지협력추진반 반장을 겸직하고 있다. 출장 목적은 남북에너지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북·러간 교육 및 산업연계에 따른 에너지산업 협력방안 모색, 접경지역 산업 및 무역현황 파악 등이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북한측 인사 면담 여부’ 기재 칸에는 수기로 ‘만남(1인)’이라고 적혀있는데 이 인사가 리호남이다. A차장은 출장 첫날인 29일과 마지막날인 12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블라디보스토크 롯데호텔에서 리호남을 만났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리호남은 A차장에게 “러시아 가스를 싸게 구해 팔면 가스공사에서 구매가 가능한지” 문의했다고 한다. A차장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북한 내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사업 가능성과 원산·갈마지구 개발 관련해 가스발전소 장점을 소개하며 “1년이면 가스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의원실은 A차장이 이 같은 대화내용을 직접 설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A차장의 당시 출장계획서와 국외출장보고서에는 리호남과의 만남이 명시적으로 기록돼있지 않았다.

이 의원실은 “출장계획서, 출장결과보고서에 위 사안들이 누락돼 있다. 철저히 비밀로 진행됐다”며 “공기업 차장이 단독으로 북측 고위인사를 만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인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은 또 “가스공사가 북측 인사와 접촉한 다음날(12월2일)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역점 개발 중인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발문제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북측 인사와의 만남은) 정부차원의 원산·갈마 지구 개발을 위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