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이 열흘마다 2배씩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발 변이가 3월이면 미국 내 지배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라는 평가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구보고서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미국에서 영국발 변이 감염자가 9.8일 만에 2배로 늘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플로리다주에서는 감염자가 2배로 늘어나는 데 9.1일이 걸렸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12.2일마다 감염률이 2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캘리포니아 소재 스크립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앤더슨은 “이번 논문에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없지만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있다”며 “다음 달까지 (영국발 변이가)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코로나19 지배종이 된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DC의 지난달 경고와 일치하는 내용이라고 NYT는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CDC가 영국발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한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미국 내 변이 감염 사례는 전체 확진자의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이 되면서 변이 감염률은 3.6%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영국발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35~45% 정도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이 지난달 말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변이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플로리다에서는 변이 감염률이 5% 미만에서 약 10%까지 치솟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니컬러스 데이비스 교수는 “만약 이 수치가 전체를 대표하는 데이터라면 우리에게 남은 대처 시간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의 대부분을 제공한 게놈 연구업체 헬릭스의 제임스 루 설립자는 “우리는 가능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하지만 백신 공급 부족으로 접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올여름이 끝나기 훨씬 전 집단면역에 이를 수 있다는 구상이 실현되기 매우 어려워졌다”며 “우리가 만약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다른 얘기가 됐을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올여름까지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존의 낙관적 주장을 11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다만 미국의 접종 속도는 예전보다 빨라져 지난 6일까지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130만명 이상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CBS는 이 속도면 연말까지 미국인의 75%가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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