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과 코레일, 승객들이 만든 ‘3분의 기적’이 심장 이식을 기다리던 젊은 소방관의 생명을 살렸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촌각을 다투는 뇌사자 기증 심장의 이송과 수술 성공 과정에 코레일과 기차 탑승객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8일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오후 7시49분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 적출팀은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뇌사자가 기증한 심장을 떼냈다. 같은 시간 은평성모병원 수술실에서는 1년여간 중증 심장병인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투병해 온 서민환(38)씨가 심장을 이식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일 저녁 중부지방 기상 악화로 계획됐던 헬기 이송이 갑자기 무산됐다. 심장 적출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은 동대구역에서 오후 8시13분에 출발하는 서울역행 KTX가 유일했다. 그마저도 앰뷸런스 이동 시간을 고려했을 때 열차 출발시간보다 심장 도착이 3분 정도 늦을 가능성이 높았다.
열차를 놓칠 경우 심장 이송은 1시간가량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의학적으로 알려진 심장 이식의 골든 타임은 4시간 이내. 심장을 적출하고 최대한 빨리 이식해 피가 흐르게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의료진은 간절한 마음으로 코레일에 상황을 설명하고 의료진이 8시13분 열차를 탑승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해당 열차를 놓치면 1시간여 뒤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 했다.
코레일은 병원 요청에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하고 동대구역에 열차가 3분 늦게 도착하도록 조정해 시간을 확보했다. 또 승객들에게도 사정을 설명하고 지연에 대한 양해와 협조를 구했다. 이들의 배려로 적출된 심장을 기차에 태울 수 있었다.
대구에서 출발한 의료진은 오후 10시20분 뇌사자의 심장을 무사히 이식팀에 전달했다. 의료진은 심장이 몸 밖에서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이식 수술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시10분 심장 이식에 성공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강준규 교수는 “많은 사람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기적 같은 3분으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울 종로소방서 소방관인 서씨는 수술 후 20여일 만에 건강을 회복해 지난 5일 퇴원했다. 그는 “다시 건강을 찾도록 도와준 의료진과 도움을 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