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관치 논란 빚는 금융권 주식배당 축소 권고

입력 2021-02-09 04:03
금융 당국이 8일 금융권에 대한 주식배당 축소 권고는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주요 30개국 중 27개국이 코로나19에 따른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요지다. 또 배당 제한의 근거로 삼은 재무 건전성 평가를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상황을 가정해 진행한 것도 국제통화기금(IMF) 방법을 준용하는 등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자료를 배포한 것은 지난달 28일 은행과 은행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한 뒤 여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고, 일부 금융사는 투자자 소송에 대비해 내부 법률 검토 작업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당 제한 조치가 주주들의 반발을 산 것은 이익 공유제 문제와 맞물려 제기된 데 기인한다. 정치권에서 금융회사를 향해 이익 공유제 참여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은 주주 배당을 줄이라는 권고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 건전성을 위해 배당을 줄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라면서 다른 편에서는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위한 재원을 내놓으라는 것은 모순이다. 금융사나 주주들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느냐며 볼멘 반응을 내놓는 것은 외국 사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모순성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배당 등에 대해 행정지도를 할 수 없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률 결정이든 공공기금 출연이든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대원칙이다. 관가 특히 정치권까지 나서 압박하는 ‘신관치’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 가뜩이나 제조업에 비해 낙후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금융업이 발전하려면 당국의 간여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입이 꼭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시그널에 일관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논리를 붙여 손을 내미는 행태는 자제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