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다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입력 2021-02-09 03:03

새해를 맞아 한 가지 도전을 했다. 미루고 미루던 영상 편집이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해 필자는 약 90%의 교육과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실시간 강의는 대부분 줌으로 가능했지만, 녹화용 영상을 요청한 경우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웹캠과 저가의 녹화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촬영하고 간단히 편집해 보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영상 편집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숙제처럼 안고 있었다.

그러다 신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시도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상 안에 포함된 소음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유튜브가 큰 도움이 됐다. 여러 고수의 비법을 따라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거친 소리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맨 마지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영상을 길게 촬영한 뒤 편집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컴퓨터 사양이 영상 작업을 감당하지 못했다. 결론은 추가 비용을 들여 업그레이드해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계속 영상 편집에 매달릴 수 없어 다시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보완할 계획을 세우고 추후 과제로 남겼다.

신년부터 익숙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느라 몸과 마음은 피곤했지만 중요한 다짐을 하게 됐다. 이젠 영상 편집을 모르던 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교회는 그간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줄 아는 분들의 도움으로 가끔 필요에 따라 영상을 활용해 왔다. 코로나19는 가끔이 아닌 상시로 영상을 활용해야 하는 시대를 앞당겼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사역에 관련된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영상 실무 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교회나 단체에는 영상 담당자가 있어서 걱정이 없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직접 물어보시길 권한다. 아마 누적된 피로와 애로사항을 쏟아내며 더는 이대로 갈 수 없다는 하소연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고가의 장비를 무턱대고 사거나 영상전문가 한 명을 고용하면 끝이라는 방식은 지양하길 바란다. 목회자를 비롯해 리더와 교사 공동체 전체가 영상을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 비용과 시간의 낭비 없이 꼭 필요한 사역을 지속하고 메시지를 제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알고리즘 리더’의 저자인 마이크 월시는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가 위계 조직의 사다리를 오르면서 성장했다면,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는 유기적 생태계와 매우 흡사하게 상호연결된 전체성에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그는 독자들에게 디지털 조력자가 될지, 디지털 제한자가 될지, 디지털 멘토가 될지 묻는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예전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럴 수 있길 희망한다. 그러나 디지털 경험만큼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현장 중심의 모임에서 그간 당연시해 왔던 불편이 온라인으로 옮겨 오면서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을 경험했다. 방향은 정해졌다. 둘 다 가는 것이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칠 때 필요한 것은 유연하게 파도를 탈 수 있는 균형감각이다. 그 감각이 몸에 배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을 밖에서 바라보며 위험성만 경고하는 차원에 머문다면, 이미 그 세계 속에서 많은 유익함과 해악성을 동시에 경험한 이들에게는 외부의 잔소리꾼으로만 여겨질 것이다. 함께 뛰어들어야 한다. 디지털 세계는 기존의 교회와 단체, 리더들에게는 커다란 과제를 안겨줄 것이고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도 준비해야 한다. 다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