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저출산 현상 따라잡기

입력 2021-02-09 04:02

2020년을 결산하는 두 지표가 발표됐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세계 10위,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8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득이 높아지면 아이를 더 많이 낳아 키울 것 같지만 소득과 출산의 관계는 그리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에서 3만 달러로 성장하는 동안 출산율은 4.5에서 1 미만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성공적인 가족계획 정책의 효과이기도 한데, 문제는 출산율 감소가 삶의 질과 부모 역할에 대한 기대수준 등과 맞물리면서 ‘둘도 많다’와 달리 ‘최고의 선물은 동생입니다’ 캠페인은 쉬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예측한 대로 작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합계출산율 목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도 하고, 정책 내용과 예산이 미흡했기에 15년 수고가 허사였다는 평도 있다. 올해 시작된 제4차 계획은 출산율 목표치 자체를 설정하지 않아 아예 저출산 문제는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출산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의 의사 결정으로 종교적 신념, 가족과 자녀, 성역할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의 통념에 영향을 받는다. 출산과 가족계획에 대한 생물학적·의학적 이해의 수준이나 의료 체계가 적절한지 여부도 자녀 수에 영향을 준다. 출산율을 낮추려는 국가들이 단기간 내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하는 가치관과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 규범이 약화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사결정권 등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여성이 자신의 삶에 담을 수 있는 수많은 선택 중 하나다. 성평등지수와 출산율 간의 U자형 관계는 가족 구성원들과 사회가 가사노동, 출산, 양육과 교육에 대해 각자 자기 몫을 다하는 것이 저출산을 대하는 바른 태도임을 시사한다. 청년 세대와 여성이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의사 결정을 할 필요 없도록 제약 조건이 바뀐다면 출산율은 굳이 좇지 않아도 될 목표다.

가족경제학은 출산을 사랑의 언어로 풀지 않고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부모의 효용 극대화로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저출산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타성에 기인한다. 부모가 자녀의 질을 중요하게 여겨 자녀당 투자를 늘리고자 자녀의 수를 조절한다는 설명인데, 경제가 성장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자녀를 투자재로 보는 이론에서는, 노후 부양이라는 미래수익을 제공할 자산에 대한 투자가 출산이다. 이런 인정머리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부모라 할 수 있나 싶지만, 추가 노동력 제공과 노부모 부양이 가구 내에서 자녀의 경제적 기능이라는 관찰은 옳다.

우리 상황에 적용해보면, 투자 규모를 늘릴 만큼 비용이 매력적으로 낮아진 체감은 없고 공적연금, 장기요양보험, 노인 일자리, 노후 준비를 돕는 각종 금융 상품과 가사돌봄서비스가 자녀의 대체재로 넘쳐난다. 적극적 고령사회 대책이 도리어 저출산을 유인하게 되는 형국이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태생적으로 절반의 실패라는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걸어온 궤적, 현재의 조건과 변화의 흐름이 올곧게 저출산을 향해 있다면 정말로 저출산이 문제인지, 왜 우리는 저출산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봐야 한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생산성 높고 한 사람이 누리는 자원의 양이 넉넉한 밝은 미래를 저출산 정책의 목표로 삼을 수는 없는가. 진짜 문제는 저출산 너머를 볼 수 있는 비전,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마찰과 성장통을 앞장서 감당할 정치적 결단 그리고 각자의 몫을 다하겠노라는 사회적 합의가 준비돼 있는가다.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