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10만여명 쿠데타 항의 시위… 2007년 이후 최대

입력 2021-02-08 04:06
미얀마 양곤에서 6일(현지시간) 열린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경찰들에게 장미꽃을 달아주고 있다. 시위대는 진압을 위해 배치된 경찰들에게 꽃을 전하며 "국민의 편에 서달라"고 호소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FP연합뉴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틀 연속 벌어졌다. 시위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시위대는 군부에 유혈 진압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평화 시위를 유지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전날에 이어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양곤 중심 술레 파고다에 거의 10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면서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샤프론 혁명은 불교 승려들이 주도한 군정 반대 시위로 당시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곤시 각지에서 모인 시위대는 이날 오후 술레 파고다로 집결했다. 이 곳은 1988년과 2007년 군정 반대 시위 당시에도 핵심 장소였다. 시민들은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NLPD(민주주의민족동맹) 깃발을 들고 “우리는 군부 독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양곤 다음으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학생과 의료진을 주축으로 한 쿠데타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동남부 해안 도시 몰라민에서도 100명가량이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군부는 도심에 무장 경찰을 배치하고 인터넷망을 차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도심에는 진압복을 입은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위대 행진을 가로막았다.

인터넷망은 전날부터 차단됐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미얀마의 인터넷 접속률은 이날 평소의 16%에 불과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 1일부터 시위대의 결집을 막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 접속을 차단했다.

토머스 앤드루스 미얀마 특별인권조사관은 “군부는 인터넷망을 차단해 시민들의 저항운동을 마비시키고 어둠 속에 가두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는 미얀마 시민들의 편에 서서 확고한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을 마비시킨 것을 시작으로 군정이 미얀마를 완전한 폐쇄 사회로 만들어 장악하려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필 로버슨 국제인권감시기구 아시아지부 부국장은 “미얀마 군부는 나라의 셔터를 내린 다음 목소리를 내려는 시민들을 제압하고 체포하며 유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 시위로 일관하고 있다. 1988년과 2007년 민주화운동 당시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우려한 수치 고문도 쿠데타 당일 성명에서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되 비폭력으로 대항하라”고 당부했다.

경찰과 시위대 간 유혈 충돌 사태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미얀마 남동부 국경도시 미야와디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허락한다는 내용이 담긴 미확인 경찰 문서가 온라인에서 공유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