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마존 등 코로나 수혜 기업에 한시적 ‘초과이익세’ 검토

입력 2021-02-08 04:02

영국 정부가 아마존 등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호황을 누린 대기업들을 상대로 ‘초과이익세(excessive profits tax)’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대응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책이다.

영국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국가재정의 블랙홀을 메우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아마존 등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현금을 손에 쥔 기업들이 이중의 세금 공세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초과이익세는 현재 영국 총리실 주도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데이타임스는 아마존과 패션업체 아소스 등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과 오카도, 저스트이트, 딜리버루 등 온라인 식료품 배달 기업들에 ‘일회성 코로나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영국에서 265억 달러(약 29조7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전 해인 2019년(175억 달러) 대비 매출이 51%나 뛴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영국 정부에 내는 법인세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9년 아마존이 영국에서 낸 법인세는 2억9300만 파운드(약 4504억원)에 그쳤다.

영국 정부는 초과이익세 외에도 ‘온라인판매세(online sales tax)’를 신설해 한시적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국 재무부는 온라인판매세 도입에 따른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온라인 기술업체 및 소매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면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영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4000억 파운드(약 615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영국 재무부는 온라인 소매업체들에 대한 새로운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면 3억 파운드(약 4612억원)의 추가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 고위 소식통은 선데이타임스에 다음 달 3일 발표되는 예산안에는 코로나 세금 인상안이 반영되지 않겠지만 올해 말에는 정부의 국가부채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세금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심화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팬데믹 기간 막대한 이익을 올린 기업들에 추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지난달 ‘코로나19: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에 보다 급진적인 불평등 해소 정책을 주문하면서 대기업들이 팬데믹 기간 벌어들인 초과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라고 제안했다. 옥스팜은 이를 통해 1400억 달러(약 154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5개 빅테크(거대 IT기업)의 지난해 연말 시가총액 합계는 7조511억 달러(약 7921조원)로 2019년 말(4조934억달러)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